與 전당대회에 재계 '촉각'…당정 주도권 따라 자본시장 규제도 갈린다
입력 2026.08.13 07:00

반도체·AI 투자 한목소리…메가프로젝트 지원 경쟁
김민석 '정부 연속성'·정청래 '당 주도 개혁' 방점
레버리지ETF 온도차…M&A·PEF 규제도 변수
대기업은 일단 관망…"전대 이후 대응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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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대규모 기업투자 확대에는 대체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금융·자본시장 정책에서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당 주도의 개혁 사이에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은 금융정책을 둘러싼 당정 간 주도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의무공개매수제와 중복상장 규제, 사모펀드(PEF) 규제 등 기업과 자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후속 입법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증시 부양과 주주보호라는 큰 방향은 유지되겠지만, 새 지도부의 성향에 따라 금융당국의 정책 재량과 규제 강도에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 사안은 레버리지 ETF다. 정청래 후보는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당 사이에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투자자 피해가 커진 만큼 일단 거래를 중단한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선제적 거래중단 방안까지 거론한 상황이다.

    반면 김민석 후보는 거래 중단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현재 민주당 내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를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조직으로 확대·개편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증시 개혁을 담당할 조직을 두고도 접근법이 다르다. 김 후보가 기존 K-자본시장특위를 확대하는 방식을 제시한 데 반해, 정 후보는 별도의 주식시장 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당국이 마련한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당의 보완 기능을 강화할지, 당이 별도 기구를 통해 정책 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첨예하게 나뉘는 대목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나타난다. 정 후보는 정부가 마련한 안을 그대로 처리하기보다는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 입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현재까지 나온 정책을 종합하면 김 후보는 현 정부 정책의 연속성에, 정 후보는 당 주도의 개혁과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레버리지ETF를 선제적으로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지, 기존 자본시장특위를 확대하는 정도로 접근해야 하는지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정책에서는 후보 간 차이보다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재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사안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AIDC)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지방 투자 구상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청권 고대역폭메모리(HBM) 거점 등에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맞물려 있다.

    정부와 기업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반도체 팹과 AIDC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공급부터 부지 확보, 국가산업단지 지정, 송전망과 교통 인프라 확충, 각종 인허가와 세제 지원까지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약속한 투자 규모 자체보다 이를 실제 집행으로 연결할 특별법과 인프라 구축에 얼마나 속도가 붙느냐가 핵심이다.

    김민석 후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3대 메가프로젝트를 당의 핵심 경제 어젠다로 이어받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대표에 취임하면 직속 '메가지방성장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메가특구특별법 등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설계한 대규모 산업투자를 집권여당이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의 연속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 역시 반도체 투자 확대에는 적극적이다. 광주공항 일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전력과 용수 확보, 국가산단 지정, 광역교통망 구축과 인허가 간소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가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를 이어받아 후속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정 후보는 당이 전면에 나서 인프라와 인허가 문제를 풀고 투자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재계에서는 전당대회 결과가 반도체·AI 투자 확대라는 큰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오히려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 단계를 지나 집행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새 지도부가 전력·용수와 부지, 인허가 등 투자 병목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송영길 후보는 부동산 정책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출과 세제 등 금융규제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통한 건설경기 회복과 대규모 주택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사뿐 아니라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 부동산금융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당대회 이후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레버리지 ETF를 넘어 M&A와 기업공개(IPO), PEF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지만 세부 설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제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가 정부·금융당국의 기존 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혹은 당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할지가 향후 쟁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안이 의무공개매수제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인수자가 소액주주의 주식까지 어느 범위에서 매수하도록 할지를 놓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시각차가 이어져 왔다. 매수 범위를 넓힐수록 일반주주 보호 효과는 커지지만 인수자의 자금 부담 역시 증가한다. PEF와 증권사 등 IB업계에서는 제도 설계에 따라 상장사 M&A의 거래비용과 인수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중복상장 규제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과 직결된다. 최근 SK그룹의 솔리다임,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과 관련해 주주가치 보호가 입증되는 경우엔 중복상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하는 큰 방향 속에서도 어느 수준까지 예외를 인정할지에 따라 대기업들의 자회사 IPO와 투자금 회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MBK 방지법'도 PEF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사안이다. PEF의 차입과 운용사 책임 등을 강화하는 여러 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규제 수위에 따라 국내외 운용사의 투자와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레버리지 ETF에서 나타난 당정 간 시각차가 향후 M&A·IPO·PEF 관련 제도의 세부 설계 과정에서도 반복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전당대회 결과를 예상해 특정 방향으로 선제 대응하는 움직임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 후보와 정 후보의 경쟁이 박빙인 데다 실제 금융정책은 당대표 선출 이후 당정 협의와 국회 입법을 거쳐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누가 당선되느냐만큼 실제 정책이 어떤 형태로 현실화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와 정청래 후보에 따라 정책 접근 방식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정도는 업계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전당대회 이후 나오는 정책을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