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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속내는 마냥 편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명품 소비 등에 힘입어 백화점이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반면,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 한계를 넘기 위해 수년간 키워온 온라인과 콘텐츠 등 신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내거나 연결 실적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그나마 흑자로 돌아선 자회사마저, 외형 성장보다는 저수익 사업 철수와 비용 효율화에 따른 효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외형 경쟁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면서 실적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지만, 구조조정 이후 '무엇으로 다시 성장할 것인지'는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올해 2분기 실적이 가장 단적인 곳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89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1.2%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백화점만 떼어놓으면 영업이익이 1123억원에 달한다. 백화점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롯데쇼핑 전체 연결 영업이익보다 많은 셈이다.
롯데백화점의 이익 증가세도 가파르다. 2분기 국내 백화점 매출은 8556억원으로 8.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7.6% 늘었다. 외국인 매출이 108% 증가했고 본점에서는 증가율이 120%에 달했다. 명품과 패션을 중심으로 기존점 매출도 15% 늘었다.
문제는 백화점 밖이다. 롯데마트는 2분기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79억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e커머스 롯데온 역시 영업손실이 84억원에서 74억원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롯데시네마 운영사 컬처웍스는 콘텐츠 재고 손실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62억원에서 137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이마트 영업익 역시 105억원에서 10억원으로 급감했다.
롯데쇼핑이 백화점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다른 사업의 적자와 부진이 일부 상쇄하는 구조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마트와 e커머스의 적자 폭이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백화점을 대신해 이익 성장을 이끌 새로운 축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백화점 호황은 마찬가지지만 백화점 밖에서도 이익이 붙기 시작했다. 신세계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753억원에서 918억원 늘었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09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379억원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은 149% 급증했고 명품 41%, 생활 22%, 패션 10% 등 전 상품군에서 매출이 늘었다.
연결 이익 증가폭이 백화점보다 컸던 것은 과거 부진했던 자회사들이 동시에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면세점 영업손익은 15억원 적자에서 333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71억원 적자에서 7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신세계까사 역시 18억원 적자에서 2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센트럴시티 영업이익도 98억원에서 149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이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이익 개선을 기록한 면세점의 경우 2분기 매출은 오히려 10.3% 감소했다. 신세계는 이를 "할인율 축소와 인천공항 DF2 철수에 따른 손익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대형 브랜드 중심 성장과 함께 저효율 브랜드를 정리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을 걷어내면서 이익 체력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매출 확대를 동반한 새로운 성장축이 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신세계가 롯데보다 사업재편에서 한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양사 모두 '구조조정 다음'에 대한 질문에서는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같은 신세계그룹 내 이마트의 실적은 이런 고민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마트의 2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 늘었다. 할인점 영업손실은 328억원에서 271억원으로 축소됐고 트레이더스 영업이익은 307억원에서 346억원, 에브리데이는 54억원에서 81억원으로 증가했다. 트레이더스 매출은 10.3% 늘었고 에브리데이 매출도 7.2% 증가하는 등 기존 유통사업의 회복세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연결 기준으로는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21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 본체가 개선된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발목을 잡은 것은 한때 이마트의 대표적인 사업 다각화 성공 사례로 꼽혔던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다. 최근 '탱크데이' 논란을 겪었던 SCK컴퍼니는 올해는 18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1년 사이 영업손익이 587억원 악화했다. 주요 연결 자회사 전체 영업손익 역시 365억원 흑자에서 5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가 가격 경쟁력 강화와 점포 리뉴얼, 트레이더스 육성 등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도 자회사 한 곳의 부진으로 연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은 사업 다각화의 양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트폴리오 확대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분기 롯데와 신세계그룹의 실적을 관통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축의 부재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백화점이 이익을 끌어올렸고, 이마트 역시 트레이더스와 에브리데이가 성장하면서 수년간 위기론이 반복됐던 오프라인 유통의 수익성이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의 성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확장한 사업들은 아직 안정적인 이익원으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온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이마트는 SCK컴퍼니의 부진으로 본업 개선 효과가 연결 실적에서 사라졌다.
쿠팡은 전통 유통사들과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사인 쿠팡Inc는 2분기 5억5600만달러(한화 약 8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 규제당국이 부과한 4억1000만달러 규모의 과징금이라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수익성은 전년보다 낮아졌다. 고객 재유치를 위한 마케팅·프로모션 비용과 기존 수요 전망을 토대로 확보해 둔 물류 처리능력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쿠팡은 온라인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대만에서는 자체 물류망을 확대하고 새벽배송까지 도입했고, 쿠팡이츠에 이어 일본 로켓나우 등 성장사업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대신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를 통해 외형을 키우는 전략이다.
지난 수년간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온라인 전환이었다. 오프라인 사업의 성장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 전통 유통사들은 e커머스와 콘텐츠, F&B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며 시장을 키웠다. 그럼에도 전통 유통사들은 다시 백화점과 기존 점포에서 이익을 회수하고 있고,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쿠팡은 이미 확보한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다시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결국 전통 유통사에 남은 질문은 실적 정상화 이후다. 비용을 줄이고 적자 사업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 백화점 호황과 구조조정 효과가 실적을 받쳐주는 동안, 다음 이익원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지가 향후 유통업계의 투자와 사업재편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