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딩할 자본은 증권사에 있는데"…BDC 운용서 빠진 증권사, 내년 진입 노린다
입력 2026.08.14 07:00

3월 시행 뒤 신한운용 300억 1호뿐
세제안에 9% 분리과세…국회 통과 남아
의무 시딩 가능한 증권사는 운용서 제외
'1년 유예 뒤 허용' 관측에 증권사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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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출시된 상품은 기관 등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1개 펀드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BDC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포함하면서 투자자 모집의 걸림돌은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자기자본과 기업금융 역량을 갖춘 증권사는 여전히 운용주체에서 빠져 있다. 증권업계는 제도 시행 1년을 전후해 운용주체 확대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내년 진입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설정된 국내 BDC는 신한자산운용의 '신한혁신기업성장투자신탁제1호'가 유일하다. 지난 4월 300억원 규모로 설정된 이 펀드는 기관 등 전문투자자 자금으로 조성됐다. 자산의 60% 이상을 혁신기업과 벤처펀드 출자자(LP) 지분을 인수하는 세컨더리 투자 등에 배분한다.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상품은 아직 없다. 전문투자자 자금으로만 설정된 BDC는 설정 후 3년 안에 상장하면 되지만, 일반투자자 자금이 포함된 BDC는 90일 이내 코스닥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신한운용의 1호 상품만으로는 BDC가 애초 목표로 삼은 리테일 공모시장의 수요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BDC는 비상장 벤처·혁신기업과 코넥스·코스닥 중소형 기업, 벤처펀드 구주 등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다. 만기는 5년 이상이고 최소 모집액은 300억원이다. 투자자는 환매 대신 코스닥시장에서 BDC 증권을 매매해 자금을 회수한다.

    제도는 지난 3월 17일 시행됐지만 상품 출시는 이어지지 않았다. 비상장자산을 분기마다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반기마다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는 데다 공시와 상장 유지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일 세제상 유인이 없었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이 문제를 일부 보완했다. 내년 1월 1일 이후 전용계좌를 통해 BDC에 가입한 개인은 납입금 1억원 한도에서 배당소득에 9%의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효세율은 9.9%로 일반 배당소득세율 15.4%보다 낮다.

    다만 세제개편안은 국회 통과가 남아 있다. 특례도 2029년 말까지 지급받는 배당소득에만 적용된다. BDC의 법정 만기가 최소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7년 출시 상품도 운용기간 전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세제 문턱이 낮아졌을 뿐 장기투자를 유도하기에 충분한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품 공급 측면에서는 운용주체 문제가 남는다. 현행 제도에서는 모든 유형의 공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종합자산운용사 42곳이 BDC 운용업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벤처투자회사(VC)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신규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제도 도입 초기 구상과도 차이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2022년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VC 등이 BDC 인가 대상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권사가 고유계정으로 보유한 비상장자산을 고객 자금이 들어간 BDC에 넘길 수 있다는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됐고, 최종 인가 대상에서 빠졌다.

    증권업계는 BDC의 자기자본 출자 구조를 고려하면 증권사 배제가 상품 대형화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BDC 운용사는 모집액 가운데 600억원 이하분의 5%, 이를 초과하는 금액의 1%를 직접 투자해야 한다. 최소 규모인 300억원짜리 BDC를 만들려 해도 운용사가 15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1000억원 규모라면 시딩투자액은 34억원이다.

    시딩 지분은 5년과 펀드 만기의 절반 가운데 긴 기간 이상 보유해야 한다. 비상장자산 평가와 공시를 위한 인력·시스템 투자까지 더하면 자기자본이 크지 않은 자산운용사나 VC·신기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BDC는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장기간 태워야 하는데 자산운용사와 신기사는 본래 자기자본을 활용해 사업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자기자본 투자 여력과 비상장기업 딜 소싱, 기업금융 인력을 함께 갖춘 증권사가 운용주체에서 빠진 것은 제도 활성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자산운용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법정 시딩투자와 운용 책임은 별도 법인인 운용사가 부담한다. 증권사가 자금을 대려면 계열 운용사의 증자나 별도의 투자 구조가 필요해 증권사 자기자본을 직접 활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운용업 진입을 허용해 달라는 의견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기업 발굴부터 지분·메자닌 투자,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자문까지 성장 단계별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가 참여해야 BDC의 규모와 투자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협회에 증권사도 빨리 열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고 당국도 업계 요구를 알고 있다"며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논의에서 증권사에는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둔 뒤 허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말이 있어 내년 재논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의 운용 참여를 허용하려면 이해상충 방지 장치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평가다. 증권사 고유계정이 투자한 자산과 BDC 간 거래를 제한하고, 계열사 자산 편입에 외부평가와 독립된 투자심의를 요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BDC 편입기업의 상장을 증권사가 주관할 때 인수업무와 운용조직 사이의 정보교류 차단 장치도 필요하다.

    세제개편으로 투자자 측 수요를 끌어낼 첫 번째 조건은 마련됐다. 다음 과제는 장기간 자기자본을 투입하면서 비상장기업을 발굴·관리할 운용주체를 확보하는 일이다. 증권사 진입 논의가 내년에 다시 시작될지 여부가 BDC가 전문투자자용 1호 상품에 머물지, 본격적인 상장 공모시장으로 확대될지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