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글로벌, 크레이버 FI 지분 인수 무산…韓·日 각자 상장 가닥
입력 2026.08.14 15:11

크레이버 FI 지분 인수 협상 가격 이견으로 무산
크레이버 내년 3분기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목표
티엠뷰티 매출, 구다이 연결 매출의 46% 차지
상장 순서·해외 상장 따라 중복상장 규정 비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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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구다이글로벌이 자회사 크레이버코퍼레이션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하려 했지만 가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구다이글로벌과 크레이버는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상장을 준비하게 되면서 상장 순서와 시장에 따라 달라지는 중복상장 주주보호 규율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이버는 내년 3분기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 설립한 크레이버홀딩스를 상장하는 구조로 SMBC닛코증권이 주관사를 맡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올해 상반기까지 크레이버 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체 IPO를 앞두고 자회사 FI의 투자금 회수 문제를 풀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향후 중복상장에 따른 부담도 줄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구다이글로벌은 티엠뷰티를 통해 미래에쿼티파트너스와 더터닝포인트 등 FI들과 크레이버를 공동 인수했다. 이후 일본에 크레이버홀딩스를 설립하고 티엠뷰티가 보유하던 크레이버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플립 절차를 마쳤다.

    FI 지분 인수 협상은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가 여러 곳인 데다 각 FI의 투자 시점과 기대수익률, 희망 기업가치가 달라 하나의 매입 조건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구다이글로벌이 지분을 인수하려면 복수 FI의 지분을 동일한 조건과 가격으로 한꺼번에 사들여야 하는 점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크레이버에 투자한 FI마다 기대하는 기업가치와 회수 조건이 달라 구다이글로벌이 모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며 "결국 구다이글로벌은 국내에서, 크레이버는 일본에서 각자 상장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크레이버는 구다이글로벌 내에서도 비중이 큰 자회사다. 크레이버를 포함한 티엠뷰티 계열의 지난해 매출은 6779억원으로 구다이글로벌 연결 매출 1조4718억원의 약 46%에 달한다.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확보한 핵심 사업축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구다이글로벌이 자회사 FI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본체 중심의 단일 상장 구조로 이해관계를 정리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실제 크레이버 FI 지분 인수까지 타진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서 크레이버의 일본 상장 계획이 유지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구다이글로벌과 크레이버가 각각 상장을 추진하게 되면 실제 상장 순서에 따라 국내 중복상장 규율의 적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현행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상장 모회사가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를 추가로 상장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주주보호 절차를 강화했다.

    모회사가 먼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IPO에 나서면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주와 소통해 의견을 확인한 뒤 이사회가 상장 추진에 대한 찬반을 결의하고 관련 내용을 단계별로 공시하는 5대 의무도 적용된다.

    자회사가 먼저 상장하고 비상장 모회사가 이후 증시에 입성하면 구조가 달라진다. 자회사가 상장되는 시점에는 모회사에 상장사 일반주주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적인 '상장 모회사·비상장 자회사' 형태의 중복상장 특례심사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IPO를 추진하는 소노인터내셔널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거론된다. 이미 상장 계열사를 보유한 비상장 모회사가 뒤늦게 증시에 입성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있더라도 어느 회사가 먼저 상장했는지에 따라 중복상장 심사 구조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크레이버처럼 자회사가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주주보호 규율의 작동 방식은 국내 IPO와 다르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국내 상장 모회사가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할 때도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의견 확인, 이사회 결의, 단계별 공시 등 5대 의무를 동일하게 부과한다.

    해외 자회사 자체는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를 직접 받지 않는다. 국내 자회사 IPO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투자자 보호 노력 등을 심사해 상장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해외 IPO는 해당 국가 거래소가 상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자회사의 상장 자체를 불허할 수 없는 구조다.

    대신 한국거래소는 해외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주주보호 의무를 위반한 국내 상장 모회사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5대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하루간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가능하고 공시의무 위반에는 별도의 제재금과 벌점이 부과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자회사 해외 IPO의 기업가치나 조달 규모와 비교할 때 최대 10억원의 제재금이 실질적인 억지 수단으로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자회사 IPO처럼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단계에서 직접 주주보호 수준을 판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회사에 대한 의무 부과와 사후 제재가 중심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해외 상장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지만 자회사 자체가 한국거래소의 특례심사를 받는 것은 아니어서 국내 상장과 규율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며 "자회사가 먼저 상장한 뒤 모회사가 상장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상장 순서와 시장에 따라 주주보호 장치가 작동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다이글로벌 측은 "현재 상장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 방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들을 차질 없이 밟아나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