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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의 손바뀜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을 선점했던 일부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이 투자 비중을 줄이는 사이 싱가포르·유럽계 등 후발 투자자들이 이들이 내놓는 자산과 국내 에너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부동산 운용사 B사와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운용사 C사 등은 최근 한국 지사에서 인프라 투자 담당 임원진들이 다수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다수는 AI·에너지 인프라를 주력 투자 분야로 두거나, 향후 핵심 먹거리로 낙점한 곳들이다.
한국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힘을 빼는 운용사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섰지만,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투자 성과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더뎠던 데는 정책 불확실성과 높은 개발 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 기조와 지원 방향이 달라지면서 장기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인프라 특성상 투자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지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사업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 등 사업비 부담은 커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운용사들의 투자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금 배분 우선순위에서 한국이 밀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대형 운용사들은 미국을 최우선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전력 인프라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데이터센터 등 일부 프로젝트의 개발 일정까지 지연되는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 내에서도 한국은 일본·호주·인도 등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국토가 좁아 지역 주민과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사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고, 외국계 운용사는 국내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민원 등에 직접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일부 운용사는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대형 운용사들이 일부 국내 시장에서 힘을 빼는 사이 새로운 외국계 자금이 진입하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싱가포르계와 유럽계 운용사를 비롯해 각국 연기금·국부펀드 계열 투자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대형 운용사들이 매각을 검토하는 자산을 인수해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진다.
AI·데이터센터 확산 흐름을 감안하면 국내 에너지 인프라 시장의 중장기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국에서도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됐거나 운영 단계에 접어든 자산을 인수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국내 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 개발·운영사를 플랫폼으로 삼아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개발·운영 역량을 갖춘 사업자와 손잡고 여러 에너지 자산을 개발·인수하는 방식이다. 외국계 운용사 입장에서는 국내 사업자의 인허가·개발 역량과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여러 자산에 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인프라 투자회사 아이스퀘어드 캐피털은 GS건설과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JV) 나섰다. 7월에는 KKR이 SK와 손잡고 그룹 내 흩어진 태양광·풍력·연료전지 자산을 하나로 묶은 재생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운용사가 팔고 나가는 자산을 인수해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민원 등 국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개발 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