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금융지원 47.8조로 두 배…보증·신디론 '기존 카드' 키웠다
입력 2026.08.18 07:00

26.3조→47.8조+α…절반 이상은 공적보증
신디론 5조, 2024년부터 제시한 최대 한도
캠코 3조 신규 조성…증권업계도 2.1조 추가
조성보다 집행 관건…'PF 정상화→착공' 시험대

  • 정부가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지원 규모를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두 배 가까이 늘린다. 다만 47조8000억원이 모두 새로 마련되는 자금은 아니다. 공적보증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이미 가동 중인 캠코 정상화펀드와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 금융업권 자체펀드의 규모를 키우는 게 골자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PF 부실 우려와 부동산 금융 쏠림을 줄이기 위해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고 PF 자기자본 규제를 도입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둬왔다. 그러나 주택 공급 위축이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하면서 이번에는 주거 PF에 한해 규제 시행을 늦추고 금융권의 자금 공급을 독려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일부 옮겼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라 PF 보증·자금지원 규모는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확대된다. 세부적으로는 PF 공적보증 28조7000억원, 캠코 PF 정상화펀드 4조1000억원+α,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 5조원, 금융업권 자체펀드 10조원 등이다. 기존에는 각각 16조9000억원, 1조1000억원, 1조원, 7조3000억원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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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적보증이다. 정부는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PF 보증 공급을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늘린다. 직전 3년간 실제 공급액 평균인 13조1000억원의 약 2.2배다. 올해 23조원에 이어 착공 예정 물량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에는 33조원, 2028년에는 30조원을 공급한다. 주거사업장 보증비율도 내년 말까지 기존 90~95%에서 100%로 한시적으로 높인다.

    여기서 47조8000억원의 성격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28조7000억원은 향후 3년간의 연평균 보증 공급 목표인 반면 캠코펀드나 신디케이트론, 업권별 펀드는 조성·공급 한도다. 즉 47조8000억원은 정부가 한꺼번에 신규 재정을 투입하거나 금융권이 같은 시점에 출자하는 단일 자금풀이 아니라 성격과 집행기간이 다른 지원수단을 합친 숫자다.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 확대도 새로운 제도라기보다는 기존 계획의 본격 가동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2024년 6월 신디케이트론을 1조원 규모로 출범시킬 당시부터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까지 7326억원이 투자됐고, 이 가운데 주거시설 3개 사업장에 3800억원이 투입돼 3321가구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번 대책은 기존 5조원 상한을 실제 공급 목표로 끌어올린 셈이다.

    대신 신디케이트론의 자본 부담을 낮추는 장치가 새로 붙는다. 캠코 정상화펀드가 후순위로 참여하는 연계 투자에서는 은행·보험권 자금의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낮춰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한다. 정부는 신디케이트론이 5조원까지 집행될 경우 최소 2만호 이상의 주택공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은행·보험사 입장에서는 한도 확대 자체보다 캠코와의 위험 분담을 활용해 실제 투자 가능한 사업장을 얼마나 발굴하느냐가 과제로 남는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책에서 신규 자금 성격이 가장 뚜렷한 부분은 캠코 PF 정상화펀드다. 기존 1조10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와 별도로 정부 예산 1조5000억원과 민간자금 1조5000억원을 합쳐 3조원+α를 새로 조성한다. 자금의 60% 이상을 주거사업장에 투자하며 수요에 따라 추가 확대도 검토한다. 

    기존 캠코펀드는 현재까지 8200억원가량이 집행됐고 이 가운데 주거사업장에 3730억원이 들어가 약 3881가구의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캠코에는 자금 조성보다 집행 속도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PF 정상화펀드는 부실 사업장의 채권가격과 토지가치 등을 둘러싼 매도자와 투자자 간 눈높이 차이로 초기 집행에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캠코가 후순위 위험을 부담해 민간 정상화펀드와 공동 투자하는 구조를 강화한 만큼, 3조원의 정책자금이 실제 거래를 얼마나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금융업권에도 추가 부담이 돌아간다. 현재 7조3000억원인 업권별 PF 정상화펀드는 10조원까지 늘린다. 추가 조성분 2조7000억원 가운데 증권업계가 2조1000억원을 맡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당국은 향후 업권별 수요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조성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추가 자금조성에 참여하면서 기존 PF 익스포저와 자본여력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정책당국 역시 공급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3월 말 기준 전체 PF 익스포저는 16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5000억원 감소했지만 유의·부실우려 여신은 14조7000억원에서 16조400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PF 대출 연체율도 3.88%에서 4.65%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주거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을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췄다. PF 부실을 막기 위해 강화해온 건전성 규제의 시행 속도를 주택 공급을 위해 늦추는 셈이다. 공급을 앞당기기 위한 규제 완화가 부실 사업장의 단순 연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별 기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새로운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보증과 정상화펀드, 신디케이트론의 규모와 역할을 키워 주택 공급에 다시 활용하는 성격이 강하다"라며 "결국 47조8000억원이라는 총량보다 실제 자금 집행과 본PF 전환, 착공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