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배신당했다”는 롯데…어피너티 상대 소송전 가나
입력 2026.08.20 07:00

어피너티 두 차례 약속 번복에 롯데 '불신'
거래 종결 이후 법적 대응 가능성도 관측

  • 고초 끝에 롯데렌탈은 결국 TPG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앞선 거래 상대방인 어피너티와 롯데 사이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어피너티와의 롯데렌탈 매각 협상 과정에서 계약상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와의 거래가 완전히 클로징된 이후 어피너티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 측이 어피너티와의 거래 과정에서 계약상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당시 어피너티가 국내 2위 업체인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1위 업체인 롯데렌탈까지 인수에 나서면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거래 성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처음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당시 쟁점은 B2C인 단기렌탈 부문이었다. 국내 렌터카 업체의 렌탈 매출 가운데 단기렌탈 비중은 통상 10~20% 수준으로, 나머지 대부분은 장기렌탈에서 발생한다. 공정위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기렌탈 부문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피너티가 당초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심사가 지연됐고, 딜 클로징도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 측의 불신도 커졌다. 

    이후 기업결합 재심사 과정에서는 공정위가 SK렌터카를 3년 내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어피너티 측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어피너티 한국 총괄대표였던 민병철 전 대표가 롯데 측에 향후 3년간 한국 오피스에서 SK렌터카를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Y. 탕 어피너티 창업자 겸 회장이 직접 롯데 측과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민 전 대표도 롯데렌탈 거래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면서, 롯데 측에서는 어피너티가 또 한 번 약속을 어겼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후문이다.

    롯데렌탈 거래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끝에 결국 무산됐다. 공정위는 올해 1월 26일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정위의 최종 불허 결정은 롯데와 어피너티 양측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조건이 붙더라도 승인이 날 것이란 기대가 컸고, 양측은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활용해 공정위와 절충점을 찾아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전격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에서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2003년 이후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는 이번이 9번째에 불과하다. PEF의 바이아웃 거래에 제동을 건 사례로는 이례적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와의 막바지 협상까지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승인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불허 결정에 양측 모두 당혹스러워했다”며 “당시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초기로 PEF에 대한 엄격한 시각이 알려져 있었지만, 시장에서도 새 수장을 맞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조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시기”라고 말했다.

    어피너티 측과의 거래가 무산된 뒤, TPG와 새롭게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거래 무산을 겪은 롯데그룹으로서는 새로운 원매자를 선정하는 데 한층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다. TPG 측은 신뢰를 쌓기 위해 롯데그룹 실무진과 수십 차례에 걸쳐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딜을 주도한 윤신원 TPG 부대표와, 노준형 롯데지주 대표의 만남도 수개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TPG가 독점협상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거래 성사 여부를 막바지까지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까지 장시간에 걸친 협상이 이어졌으며, 계약 당일인 11일 오전까지도 양측은 막판 조건을 두고 협상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오후 롯데지주 이사회를 거쳐 저녁이 돼서야 최종 SPA 체결이 이뤄졌다. 

    어피너티와의 거래가 무산되자 MBK파트너스와 KKR, 베인캐피탈 등 국내외 대형 PEF들이 대부분 롯데렌탈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어피너티와의 거래 과정에서 두 차례 약속이 번복됐다고 받아들인 롯데그룹은 다른 PEF들에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일부 글로벌 PEF 특유의 거래 태도에 대해서도 롯데 측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TPG와의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일부 PEF들은 롯데그룹 측에 지속적으로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TPG와 거래가 무산되면 우리가 곧바로 나설 수 있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그만큼 롯데렌탈을 둘러싼 경쟁이 마지막까지 이어졌던 셈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롯데렌탈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다만 자금조달의 속도와 확실성 측면에서는 TPG가 우위를 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 측 입장이 가장 큰 변수였던 만큼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던 거래였다”며 “롯데 입장에서는 이번만큼은 거래 종결의 확실성이 중요했고, 원매자 선정에도 상당히 신중했다. 글로벌 PEF 중 한국 오피스가 본사와 긴밀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TPG가 최종 낙점된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