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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를 한정해 가장 확실하다고 여겨진 투자처는 단연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매서운 상승세가 이어지던 시점에 단 하루만이라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제1금융권 연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날이 허다했다.
사상 최대의 실적과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장밋빛 전망은 투자자들에겐 달콤한 유혹이었다. 부동산과 채권, 은행 예금은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 못했다. 원금을 손실이 적다는 본질이 변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주변인들이 주식시장 그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떼 돈을 벌었단 소식을 들으며 느낀 상대적 박탈감, 일명 포모(FOMO)는 전통적인 투자 자산의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착시를 일으켰다.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2026년의 여름 더위는 끝없이 치솟을 것으로만 보이던 우리나라 주식 시장도 녹여버렸다. 1만 포인트를 바라보던 코스피는 7000선이 붕괴했고, 300만원을 넘나들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60만원에 걸쳐 있다. 40만원을 노리던 삼성전자는 2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엔 여전히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해 있다.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8월의 주식시장이 V자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L자형 횡보장의 시작이 될지는 예측이 조심스럽다.
이런 장세에 속이 타 들어가는 건 비단 개인 투자자뿐 만은 아니다.
기업의 오너 그리고 금고에 현금을 쌓아둔 기업들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 기껏해야 4% 남짓에 불과한 예금 이자와 비교할 수 없는 수익률을 기대한 자금들이 삼전닉스에 쏟아졌다. 때마침(?)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되자 순식간에 자산과 기업의 곳간을 불릴 절호의 기회로 여긴 '개인'과 '법인'들은 뭉칫돈을 투척했다.
실제로 적게는 수 십 억원부터 많게는 수 백억원 이상 단위의 자금을 과감하게 투자한 오너 개인과 기업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돈을 벌었단 사람보다 마이너스(-)를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세간의 투자들과 같이, 40~50% 장부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 현금은 물론 금융상품을 팔아 투자한 일반 기업, 자기자본을 투자한 증권사 등 투자 주체도 다양하다.
수 백억원 수준의 자금이 기업의 근간이 흔들리 만무한 대기업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자산배분이 필요하고, 어차피 주식시장에서 적절한 투자 상품을 찾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삼성전자, 하이닉스 만한 투자처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주식시장을 사세를 확장할 기회로 여긴 중소·중견 기업들 가운데는 보유 현금을 끌어 모아 투자한 곳들이 적지 않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 개월을 목표로 단기간 내 곳간을 불려보겠단 전략은 이미 실패한 듯 보인다.
사실 수년 전부터 '반도체 르네상스 시대'를 예견하고 삼전닉스에 투자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반도체 업황이 길고 긴 터널에 갇히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주주들의 고성 없이 주총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처로서 매력이 부각한 건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기업들의 의사 결정은 오너 개인의 판단인 경우가 많다. 오너의 자금은 물론, 기업들의 금고도 채우겠단 선의(善意)에 의한 것이긴 해도, 최고재무책임자(CFO) 또는 재무부서 입장에선 개별 주식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새는 돈을 잠그고, 잔고를 사수하는 게 제1의 목표인 재무부서는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선뜻 제안하기 어렵다. 자본으로 돈을 버는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이상, 그나마 예금 이자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의 상품을 제안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각종 매출, 매입 채무를 관리해야 수시로 돌아오는 어음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보단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삼전닉스 투자의 결과는 예단하기 이르다. 수년 뒤 성적표를 열어봤을 때 막대한 수익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상장회사들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상품과 지분 투자 내역을 주주들에게 발표하면, 투자 수익률이 공개되는 건 시간문제다. 현금의 감소, 재무여력 악화, 설비투자와 주주환원의 감소, 신성장 성장동력 약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결코 적지 않다.
단순히 투자를 잘했다, 잘못했다 수준에서 주주들의 뭇매를 맞는데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당장 시재가 말라 있는 기업들은 절박하다. 가용 현금이 주식에 묶였고, 지금 매도한다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들은 입장에선 사업적으론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흑자도산' 할 수 있단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