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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오픈API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바이브 코딩'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활용 코딩이 대중화되고, 거래시간 연장 등 24시간 거래에 가까워지면서 '자동매매'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뚜렷한 수익원 없이 보안·서버 비용이 증가하고, 오픈API를 악용한 시세조종 우려 등을 짊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오픈API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2022년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개인용 오픈API 서비스인 'KIS 디벨로퍼스'를 출시한 지 4년 만에 대형사들이 합류하는 흐름이다.
오픈API는 증권사의 시세 조회, 주문·정정·취소, 잔고 조회 등의 기능을 외부 서비스에서 가져다 쓸 수 있게 열어주는 인터페이스다. 이를 이용하면 직접 화면을 보고 매매하지 않고,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시세를 읽고 주문을 낼 수 있다.
최근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이 대중화되면서 코딩 지식이 많지 않은 개인도 챗GPT 등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일평균 약 6300억원(국내외·파생상품 포함)이 API로 거래되고 있다.
오픈API 서비스가 명확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API 호출에 따른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거래수수료를 받긴 하지만, 거래 빈도 증가에 따라 수수료 총액이 소폭 증가하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안 및 서버 유지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은 사람과 달리 초당 수십~수백 건의 시세 조회 및 주문을 반복할 수 있다. 다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할 경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보다 트래픽 부하가 커질 수 있다.
구조적인 보안 우려가 발생하기도 한다. API 거래는 한번 발급받은 인증키로 프로그램이 자동 인증을 반복한다. 코드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가 키를 허술하게 보관하거나 외부에 노출하는 경우 곧바로 계좌가 노출될 수 있다. 증권사 시스템의 결함은 아니지만, 피해를 막기 위한 이용자 보안 교육과 관리 등의 부담이 새로 생긴 셈이다.
대규모 자동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시세조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미 발생한 부작용이다. 지난 4월 기준 가상자산 API 거래는 전체 거래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은 소액을 쪼개 반복 매매해 거래량을 부풀리거나 일반 투자자의 추종매매를 유도해 시세를 왜곡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직 국내 증권사에서 유사한 사례가 공식 확인된 적은 없지만, 유사한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오픈API는 평상시 정보를 수집하는 분야는 아니고, 시세조종과 연결되는 연결고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관련해서 문제 의식이 있다면 감독당국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오픈API 확대에 나서는 건 '고객 선점'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자동매매는 해외 주식 거래 등에 용이하고, 국내 주식시장도 24시간 거래 체제 전환이 예정된 만큼 야간 시간대를 자동화로 대응하려는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최근 24시간 글로벌 거래 환경이 확대되고 AI 기반 투자 분석 도구 활용이 늘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API를 활용해 투자 정보를 분석하거나 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보안·서버 비용 증가는 인식하고 있으나, 고객의 투자 편의성을 높이고 디지털 고객 기반과 자산관리 접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