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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의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NH농협지부(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부터 지역 조합장들까지 지역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노조 외에는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노조마저 리더십 공백을 맞으며, 지방이전에 맞설 내부 동력마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서울 광화문에서 농협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 등 범농협 임직원 4000여명이 모여 이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법상 공공기관이 아닌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까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자 반발이 커진 것이다.
노조 측은 "농협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농민들이 만든 자율 단체로, 지방 강제 이전은 직원들의 거주이전 자유와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본사 이전에만 최소 25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돼 농업인 지원 재원을 잠식할 뿐 아니라, 범농협 임직원의 70% 이상이 이미 지방에 근무하고 있어 이전 명분마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협 안팎에서는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이전을 실제로 막아설 주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농협중앙회 소재지를 옮기려면 국회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현행 농협법이 농협중앙회 주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농협 지방이전을 막을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를 소관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는 이미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모두 중앙회 주사무소를 서울 밖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둔 상태다. 여야 합의가 관건이지만, 중앙회를 서울 밖으로 보내자는 법안 취지 자체에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저마다 '자기 지역 유치'를 외치며 뛰고 있을 뿐이다.
농해수위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한 만큼 농해수위 차원에서도 농협법 개정안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며 "법안을 여야 협의를 거쳐 처리하려고 하고 있지만 의원들 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는 나주로, 금융지주 및 금융계열사는 부산으로 이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농협법은 중앙회 소재지만 정하고 있지만, 농협 내부에서는 중앙회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계열사 역시 별도의 이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여야 입장에서는 각 지역에 중앙회나 계열사를 유치하는 실리를 챙길 여지가 생긴다.
중앙회와 금융지주를 분리 이전시키면서 중앙회의 과도한 금융 지배력을 약화시킨다는 명분도 명확하다.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지배구조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정치권에서 이러한 '분리 이전' 명분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을 이끄는 일선 조합장들도 중요한 변수다. 중앙회가 전국 지역조합을 회원으로 두는 조직인 만큼 본부 이전에 대한 조합장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합장들 역시 지역별 이해관계가 달라 한목소리로 반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중앙회나 특정 계열사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업 관련 사업 확대를 기대하며 지방이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반면 이전 논의에서 소외된 지역 조합은 접근성 저하와 사업·지원의 쏠림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어디로 이전하느냐'에 따라 조합장들의 입장이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특정 지역으로 중앙회를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조합들도 있지만, 중앙회가 한 지역으로 이동하면 나머지 지역 조합들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며 "지역별 이해관계가 충돌하다 보니 지방이전에 한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전면에 나서 지방이전을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조직 특성상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기 부담스러운 데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회 설득과 집회 등 지방이전 대응을 이끌어야 할 노조위원장마저 자리를 비웠다. 강호동 회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이 금품수수 논란으로 지난 7월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현재 NH농협지부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9월 초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 지도부 공백이 지방이전 대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지방이전을 막을 수 있는 곳은 결국 노조라고 봤다"라며 "조합원을 모으고 국회를 찾아가 설득하고 여론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NH농협지부 측은 위원장 사퇴에 따른 대응 공백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집행부 임기가 당초 9월까지였고 현재도 직무대행 체제에서 집회와 1인 시위, 국회 방문 및 의원실 설득 등 반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선거관리위원회도 꾸려진 만큼 9월 초 선거를 거쳐 새 집행부를 구성한 뒤 관련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농민단체에서는 지역 유치 경쟁으로 흐르는 이전 논의 자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지난 11일 "농업인·조합원의 의견을 배제한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논의에 반대한다"며 이전 논의가 지역 간 유치 경쟁이나 정치적 성과 경쟁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주체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반면, 농민단체에서는 정작 농업인과 조합원의 의견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셈이다.
농협 출신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모아 국회를 설득하고 여론전을 펼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갈리고 있다"며 "이전 자체를 막는 문제보다 어느 지역으로 가져갈지를 두고 의견이 나뉘기 시작하면 내부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