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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상장 첫날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몸값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땅한 비교기업이 없었던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간접적이나마 기업가치 기준점이 생겼다는 평가다.
관건은 상장 시점이다. 로봇 산업에 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은 현재와 달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2028~2029년에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장기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고금리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아울러 중국 로봇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과 양산 능력을 앞세워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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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19일 유니트리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판에 상장해 공모가 150.8위안 대비 460% 오른 84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상승률이 629%까지 치솟았다. 종가 기준 기업가치는 3418억위안(약 70조원)이다. IPO 주관사인 중신증권이 예상한 향후 6~12개월 시가총액 506억~559억위안보다 6배 이상이다. 상장 이튿날인 20일 주가는 687위안으로 전일 종가 대비 18.7% 하락했다.
유니트리의 상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를 산정할 만한 적절한 비교기업을 찾기 어려웠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대부분이 비상장사거나 테슬라처럼 로봇 외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 거래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약 4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물론 두 기업의 기업가치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판매 대상부터 사업모델, 양산 단계, 주요 시장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기술 개발을 넘어 현대차그룹이라는 대규모 제조 현장을 테스트베드자 초기 수요처로 확보했다는 점이 유니트리와의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현대차그룹의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산업용 로봇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서열 작업에 적용한 뒤 2030년부터 부품 조립 등으로 역할을 확대한다.
유니트리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과 양산 능력이다. 지난해 한 해에만 휴머노이드 로봇 5500대 이상을 출하했고 지난달까지 이족보행 로봇 누적 생산·인도량은 약 1만8000대에 달했다. 보급형 휴머노이드 R1의 가격은 6000달러 안팎까지 낮췄다. 모터와 제어기 등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중국 내 공급망을 활용해 원가를 낮춘 결과다.
미중 갈등도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로봇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니트리는 미 국방부의 중국 군 관련 기업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유니트리가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유니트리의 IPO 흥행 자체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 호재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투자자들이 아직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높은 미래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트리 개인투자자 청약에 물량의 8000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린 것은 시장이 로봇 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보스턴다이내믹스에도 긍정적인 신호"라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 열기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할 때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 시점은 아틀라스의 본격적인 양산과 현대차그룹 생산현장 투입이 가시화되는 2028~2029년 전후로 거론된다. 산업현장에서 아틀라스의 생산성과 경제성을 입증한 뒤 상장하면 현재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도 가격과 생산량을 앞세워 산업현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97% 이상을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유니트리의 로보틱스 출하량은 전체의 31%다. 중국 업체들이 향후 2~3년 동안 산업용 로봇의 생산성과 자율성까지 끌어올린다면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누리고 있는 기술 프리미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최근 매크로 환경도 고성장 기업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8일 장중 5.33%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로봇·AI 기업에 부담이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산정한 기업가치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일수록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IPO 시장의 투자심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 끝에 공모를 철회했다. 철회 하루 전 1월27일 코스피는 3.5% 급락했으며, 앞선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로 건설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의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한목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센티멘털(투자심리)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찾는 것이 IPO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아틀라스의 상용화 성과뿐 아니라 추후 로봇 산업에 관한 투자 열기까지 고려해 상장 시점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