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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값 싼 자동차의 대명사였던 중국산(産) 차량이 우리나라 완성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BEV, PHEV)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BYD를 필두로 한 중국산 자동차는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거점국가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미래 완성차 시장의 두 가지 키워드, 즉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장에서 지위가 공고한 테슬라와 BYD의 틈바구니에서 현대차·기아의 생존 전략 모색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69.8%를 기록하며 70%선이 붕괴했다. 현대차그룹 점유율이 처음으로 70%를 밑돈 건 2015년이다. 당시엔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산 차량의 국내 시장 침투가 본격화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면, 최근의 점유율 하락은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산 차량이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전기차 신규등록은 총 19만8969대로 1년 사이 11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는 총 6만9513대가 팔렸는데 전년 대비 178.7% 급증한 수치다. 비중은 26.8%에서 35%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3대중 1대가 중국차인 셈이다.
중국산 차량의 위협은 비단 우리나라 내수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의 지난해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29.9%를 기록했다. 5년 전 18%와 비교해 10%포인트 급등했다. 현대차는 올해 브라질, 호주, 이스라엘, 핀란드 등 오랜 기간 인지도를 쌓고 판매망을 구축해온 시장에서도 BYD에 일시적으로 판매량을 추월 당하기도 했다.
중국산 차량의 약진은 BYD가 대표적이지만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와 같은 중국 현지에서 지위가 공고한 로컬브랜드까지 그 기세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지리차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 평균 상승률(30%)를 웃도는 47% 성장하며 5위를 기록했고, 체리자동차는 전년 대비 350% 폭증하며 9위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전기차 확산세의 흐름 속에 현대차그룹 역시 판매량이 26% 증가했으나 평균에는 못 미치며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
중국 완성차의 위협은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에도 큰 위협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교적 낮은 값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판매 경쟁이 심화하자, 이익률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자동차경영연구소(CAM)에 따르면 글로벌 15개 완성차 업체의 차량 1대 판매당 평균 영업이익은 1187유로(약 195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8% 감소했다. 미국발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한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조정한 영향과 저가 차량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는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기본관세(2.5%) 외에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거기에 약 9400곳의 딜러사가 참여하고 있는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는 '노 차이나 오토스(No China Autos)' 캠페인을 시작했다. AIADA 회장은 이달 중순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미국 시장 진입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 역시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장벽을 쌓기 위해 완성차 업체, 딜러 협회, 정치권 등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은 중국산 차량에 대해 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게 전부다.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차가 중국으로 수출될 때는 중국의 수입차 관세 15%가 적용된다. 최대 125% 추가 관세라는 철벽을 친 미국, 기본관세 10%와 업체별 상계관세를 더해 최고 45.3%를 부과하는 유럽연합(EU)과는 상반된다.
최근 정부가 국내 자동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세제개편안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를 제외하고,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역시 폐지 또는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중국산 점유율 확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지원까지 줄어들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 생산 차량에 대한 세제 지원만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현재로선 최소한의 방어막까지 사라지는 형국"이라면서 "관세 장벽을 높게 쌓고 있는 유럽마저 중국 완성차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대차·기아의 경쟁력은 점점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제조와 판매 그리고 호재보단 악재가 더 부각하는 미래차 시장 등 본업에서 감도는 위기감은 주식시장에도 전해진다. 한 때 80만원을 넘보던 현대차의 주가는 40만원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증권가에선 현대차, 기아의 목표 주가를 하향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 운용 담당 관계자는 "한동안 현대차그룹은 저평가 기업의 대명사였지만, 더 이상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싸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이미 전세계 1위 기업 토요타보다 높은 밸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본업과 신사업의 획기적인 성장 없이는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점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만 두고 본다면 완성차 분야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 성능 등 현대차그룹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뚜렷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더 이상 확언하긴 어렵다.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과 관세 등 대외 변수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치솟는 인건비과 원자재 값 등으로 인해 보급형 저가 경쟁을 펼치는 전략도 유효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더욱 힘을 실어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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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대외 변수를 차치하고, 올해 초 현대차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건 다름 아닌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였다. 전 세계적으로 피지컬 로봇 열풍이 불어 닥치던 시점,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시제품을 선보이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달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약 10%를 직접 사들이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전세계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중국이란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미 기술력은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는 있지만 '상용화에 성공해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등 현실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갖는 기대감의 핵심은 완성차를 포함한 생산현장에 투입돼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있다"며 "공장에서 묘기를 부리는 등 수준 높은 기술을 보유한 로봇에 대한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고, (아틀라스의) 생산단가가 여전히 높은데 과연 보급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고 말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는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 전용 시장인 커촹반(科创板)에 상장했다. 사상 최대 청약 기록을 갈아치운 유니트리는 기업가치는 최초 약 610억위안(약 13조원)에서, 상장 직후 주가가 400% 이상 폭등하며 70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번 유니트리의 상장은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보다 명확한 밸류에이션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현대차그룹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트리의 상장이 경쟁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 평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정리 방안을 고민하는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론 상장에 대한 실효성과 시기 등에 대한 고민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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