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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투자를 둘러싼 환경 갈등이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분담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첫 클린룸 가동을 앞두고 용수 공급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만큼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잇따른 환경 관련 요구가 지역 인프라 투자에 이어 상생협력기금 출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Y1)의 첫 클린룸을 내년 2월 열 계획이다. 당초 계획했던 2027년 5월보다 3개월 앞당겼다. AI와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기존 9조4000억원에 올해 2월 결정한 21조6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더해 Y1에만 약 31조원을 투입한다. 35조원 규모 2기 팹(Y2)은 2029년 클린룸을 여는 등 장기적으로 이곳에 총 4개 팹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문제는 팹 가동에 필요한 용수 공급 단계부터 지역사회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용인시는 지난달 안성시에 8월 14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시설을 시운전하고 이 과정에서 원수 5만8080㎥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원삼면 일대에서 흘려보낸 물은 수계에 따라 안성 고삼저수지와 지방하천인 한천으로 유입된다.
안성시는 시운전 보류를 요청했다. 이번에 방류되는 물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한 폐수가 아닌 원수지만 한천 정비사업이 끝나지 않아 일부 구간에서 범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 반발도 이어졌다. 결국 당초 예정됐던 시운전은 미뤄졌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에서도 반도체 사업장의 물 사용과 방류를 둘러싼 압박이 시작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용인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공정수의 재이용률을 높이고 폐수 방류량을 줄이도록 행정지도를 지시했다. 이달 10일에는 두 번째 행정지도에 나서 방류량 최소화를 위한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재차 주문했다.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이 공정수 재활용 및 방류 최소화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 역시 이에 상응하는 환경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단기간 내 방류량을 대폭 줄일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외부 방류를 크게 줄이려면 무방류시스템(ZLD·Zero Liquid Discharge) 등 추가적인 처리설비가 필요하다. ZLD는 폐수를 농축·증발시키고 오염물질을 고형화한 뒤 물을 다시 공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도 이천 LNG 발전소 등 일부 사업장에서 ZLD 설비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용인과 같은 초대형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폐수 처리에 전면 적용할 만큼 기술이 성숙한 단계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제성도 문제다. ZLD는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특히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고농도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역삼투압(RO) 등 일반적인 수처리 방식보다 에너지 소비가 수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가뜩이나 대규모 전력 확보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방류량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전력 수요를 만드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못지않게 사업 일정에 미칠 영향도 부담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내년 2월 용인 사업장 가동을 앞두고 있어 지금부터 용수 공급을 준비해야 하지만, 지역사회와의 갈등으로 공업용수 공급시설 시운전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추가적인 폐수처리 설비 도입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관련 승인 절차가 장기화하면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잇따른 행정지도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적인 지역사회 기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 지사는 지난 11일 "산단 도로 인프라 구축에 도비 6034억원이 투입된다"며 "(경기도의 지원은) 반도체 기업이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 지역 환경 문제에 온전한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지는 것이다. 기업은 도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추 지사의 첫 행정권고 이후 지난 5일 환경당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용인시 일대 생태복원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복원 대상지는 유방동 일대 묵논습지와 인근 부지 약 33만㎡(약 10만평)다. 앞서 경기도가 SK하이닉스에는 용인과 이천을 잇는 지방도 318호선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추 지사가 용인 사업장의 가동·증설을 지연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역 인프라 투자나 상생협력기금 출연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최근 추 지사의 경기도 재정을 '사실상 부도 상태'라고 표현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자체의 추가적인 분담 요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