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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고 반도체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인데 일단 넣어봐야죠."(한 증권사 관계자)
"(지원자 수가)백명 단위는 당연하고 천명 단위라는 얘기도 돌았다."(한 운용사 관계자)
SK하이닉스의 자금관리 경력직 채용이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번 채용 업무가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 운용 등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다뤄온 인력들의 경력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어서다.
특히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에서 단기자금을 운용해온 경력자들 사이에서는 '혹시나 하고 로또를 사듯, 무순위 줍줍 청약을 넣듯, 조건이 되면 일단 지원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8일 자금관리 담당 경력사원 채용 접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이번 채용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번 채용은 기존 자금운용 조직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수시채용이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수립하고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실행하는 업무가 명시됐다. 정기예금과 국공채, 특수채, 회사채,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직접 운용하거나 위탁운용 실적을 관리하고, VaR(가치위험)와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한 리스크 관리도 맡는다.
여의도에서는 이 가운데 MMF와 단기채를 운용해온 인력들이 이번 채용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운용 대상으로 적시한 CP와 전단채, 채권 등은 MMF와 단기채 펀드에서 주로 다루는 자산과 겹치기 때문이다. 금리와 유동성, 신용위험을 살피면서 만기별로 자금을 배분한다는 점에서도 기존 업무와 접점이 크다.
한 증권사 재무 담당자는 "회사에서 MMF나 단기채를 운용하는 동료들이 반농담으로 '이번 기회에 탈출하겠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운용역들 사이에서도 이번 공고가 적잖이 회자된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업계는 증권사나 최근 실적이 좋은 대기업과 비교해 보상 수준에 아쉬움을 느끼는 인력이 적지 않은 만큼, 기존 경력을 살리면서 대기업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주변에서도 이번 공고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며 "운용사는 증권사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성과급만 수억원에 이르는 하이닉스의 보상 수준까지 알려져 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무지가 경기도 분당이라는 점도 이직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대기업으로 옮길 경우 생산거점 근무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분당은 서울에서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동탄 등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여의도에서 근무하던 인력이 이직을 검토하기에는 심리적 문턱이 낮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회사에서 투자 업무를 해왔다고 해서 모두 이번 자리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와 달리 기업 자금관리는 투자수익률뿐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유동성과 안정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운용역들 사이에서는 펀드 운용 경험과 기업 자기자금 관리 업무는 성격이 다른 만큼 선뜻 지원하기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여의도에서 이번 채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지원 현황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지원자 경쟁률 등 모집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줄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지원자 수나 경쟁률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자금운용 인력을 확충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현금성 자산도 자리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SK하이닉스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약 88조원애 달한다. 운용해야 할 자금 규모가 커진 만큼 이를 관리할 전문인력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이직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자신의 경력이 맞으면 일단 지원했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로또처럼 '붙으면 그때 고민한다'는 분위기였는데, 금융권에서 해온 일을 살려 갈 수 있는 대기업 자리가 흔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