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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과 도심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관련 공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토지보상부터 기반 시설 구축, 주택 건설까지 사업 전반의 집행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지방공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기관까지 자금 수요가 번질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8.13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공공택지 조성과 주택 공급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포함한 기존 공공택지 8만9000호의 착공 시점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 가운데 4만1000호는 당초 2031년 이후였던 착공 일정을 2030년 이전으로 당기고, 나머지 4만8000호 역시 기존 계획보다 1~2년 앞당길 방침이다.
사업 일정이 당겨지면 시행 주체들의 자금 집행도 동시에 빨라져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곳은 LH다. LH는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행을 직접 맡고 있다. 토지보상금부터 부지 조성, 기반 시설 및 주택 건설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선투입 자금이 필요하다.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공사채 등 외부 조달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LH는 올해 이미 공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했다. 국내 원화 일반채권 중심의 조달에서 벗어나 해외채권과 구조화채권, 중장기 기업어음(CP) 등으로 조달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달 규모 역시 이미 증가세를 보였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LH의 올해 상반기 채권 발행 규모는 7조1300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인 2조77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8·13 부동산 대책으로 공공택지 조성 기간이 단축되면서 LH의 기존 사업계획 대비 조달 규모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LH는 이미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출범 16년 만에 6413억원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재무구조 악화라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우고 있어 조달 확대가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H뿐 아니라 주택 관련 공기업으로 자금 수요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PF 보증 등 우발채무 성격의 부담이 커질 경우 장기적으로 관련 직접 자금 소요가 늘어날 수 있다.
공동 시행에 참여하는 지방공기업 역시 사업비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특히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부채비율이 296% 수준으로 지방공기업 특례 상한인 350%에 근접한 상태다. 사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차입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지자체 보조금을 출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지방공사의 채권 발행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조달 여건은 일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신도시 공급 확대가 주택사업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면 광역교통망 구축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도로, 철도 등 SOC 관련 공공기관의 투자 및 조달 수요도 함께 움직일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철도 사업은 신도시 개발 일정과 맞물려 움직인다. 핵심 철도망은 예비타당성조사부터 착공까지 통상 3~5년, 개통까지는 8~10년가량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신도시 착공이 1~2년 앞당겨지면 입주 시점에 맞춰야 하는 철도, 도로 사업 역시 설계와 시공 발주 시점을 당겨야 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공공부문발(發) 조달 확대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LH와 지방공기업의 토지보상, 사업비 조달이 앞당겨지고, 이에 연동된 SOC 투자까지 확대되면서 공공기관 조달시장의 몸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공기업들의 조달이 직간접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여타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경우 직접대출은 아니지만 PF 보증과 같은 우발채무 성격의 부담이 커진다"며 "장기적으로 이들 기관의 직접적인 자금 소요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근래 들어 채권발행이 증가세를 보이는 지방공사의 경우 현행 지자체가 교부하는 보조금을 출자형식으로 변경해 채권발행 여력이 확대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재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공기업들이 빨라진 사업 일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라며 "공급 일정을 당기는 속도만큼 이를 뒷받침할 조달 능력과 재무 부담 관리가 새로운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