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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톡·AI(인공지능) 사업과 계열사·투자자산을 분리하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복합기업 할인을 걷어내고 AI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 ‘문어발 상장’으로 중복상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카카오가 다시 두 개의 상장사로 나뉘는 데 대한 경계감에 더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AI 사업이 분할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21일 전 거래일 대비 7.5%가량 하락한 3만5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인적분할 계획 발표 직후 오전장에서 장중 12% 넘게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주주환원 기대감이 살아나며 하락폭을 축소했다.
이날 오전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 사업부문을 단순·인적분할해 카카오AI(가칭)를 신설하고, 존속법인은 카카오X(가칭)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인적분할의 핵심은 카카오톡 중심의 플랫폼·AI 사업과 계열사·투자자산을 분리하는 데 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 사업을 넘겨받아 AI·광고·커머스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카카오X는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등 계열사 관리와 투자사업을 맡는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사업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남은 법인을 카카오X에 합병한다. 카카오X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유지하고 카카오AI는 재상장 심사를 거쳐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
분할비율은 카카오X 0.6351463, 카카오AI 0.3648537로 정해졌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핵심 플랫폼 사업이 카카오AI로 넘어가지만 신설법인에 배정된 비율은 36.5% 수준이다. 이는 미래 수익창출력이나 성장성을 반영한 기업가치가 아닌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분할비율을 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콘텐츠·모빌리티·테크핀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투자자산이 카카오X에 남으면서 장부상 자산가치는 존속법인에 더 크게 배분됐다. 반면 카카오AI에는 카카오톡 기반 광고·커머스 등 핵심 수익사업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진 분할비율과 재상장 이후 시장가치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나타날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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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설명회에서 “현재 카카오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합산하면 시가총액을 웃도는 상황으로, 여러 자산과 함께 묶여 있던 AI·플랫폼 사업을 분리해 독립적인 AI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X는 테크핀·모빌리티·피지컬AI 등 주요 사업군을 성장시켜 순자산가치(NAV)를 높이는 동시에 복합기업 할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투자회사 성격이 강해지는 만큼 이른바 ‘지주사 할인’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자회사 가치 상승이 카카오X의 기업가치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어 NAV 할인율을 얼마나 낮출지가 관건이다.
카카오는 2030년 재무 목표로 카카오X 매출 10조원 이상, 카카오AI 6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카카오AI는 EBITDA 2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30%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25%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발표 당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은 일단 기대보다 우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사업구조를 분리하는 것만으로 카카오AI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이다. 카카오가 아직 AI 사업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성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만큼, 향후 실적을 통해 독립된 AI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중복상장 논란 주역 카카오…인적분할도 시장 시험대
이번 분할은 카카오가 과거 계열사 상장 과정에서 활용했던 물적분할과는 성격이 다르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율에 따라 신설법인 주식도 함께 배정받는 만큼, 모회사 주주가 신설법인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시장의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카카오는 과거 카카오게임즈·카뱅크·페이 등 계열사를 잇달아 증시에 입성시키며 이른바 '문어발 상장'과 중복상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이다. 금융당국도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인 만큼, 카카오AI 재상장을 포함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지가 주목된다.
실제 카카오는 이번 개편 준비 전부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하나로 인적분할을 장기간 검토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인적분할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인식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 여러 제약을 고려해 검토와 보류를 거듭하다 이번에 연초부터 최종적으로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인적분할의 법률 검토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외부 자문사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자체가 중복상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민감한 상황인 만큼 카카오도 부담을 느껴왔다”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까지 발표 시점을 미루면서 거래소의 재상장 승인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온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범수 창업자 등이 AI 붐 속에서 카카오 주가가 제대로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컸다”며 “AI와 카카오톡 등 핵심 사업의 가치를 별도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이번 분할을 추진한 배경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인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주주가치 훼손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앞서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사례와 유사한 지점도 눈에 띈다.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핵심 에스테틱 사업을 신설법인에 넘기면서도 분할비율을 존속법인 74.3%, 신설법인 25.7%로 책정해 주주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핵심 수익사업을 담당하는 신설법인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현물출자를 통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회사는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다만 파마리서치는 분할 이후 현물출자를 통한 지주사 전환과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가능성이 논란의 중심이었던 반면, 카카오는 현재까지 이 같은 후속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 인적분할 설명회에서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만으로 AI 사업의 밸류에이션을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카카오가 아직 AI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아닌 데다 과거 중복상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이번 분할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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