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넘어 본토 향하는 中 IPO 대어들…돈쏠림 규모에 놀란 韓 기업들
입력 2026.08.24 07:00

커촹판 1위 CXMT 이어 YMTC도 IPO 채비
자본시장 개혁 시작한 중국 정부, IPO 규제 철폐에
상해·선전홍콩에 반도체·AI·로봇 등 수십곳 대기중
유니트리 상장에 韓 로봇주 줄줄이 하락
"中기업 조달능력 갖추면 韓기업에 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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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단 방침을 세우면서 상해와 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로 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아시아권 최대 규모로 커촹판(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 전용 시장·科創板)에 상장한데 이어, 이달 중순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는 기업가치가 최소 수 조원 단위로 예상되는 중국 IT 기업들이 상장을 채비하고 있다. 본토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중국 기업들의 조달 및 투자 여력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긴장도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차츰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일 커창판에 상장한 유니트리는 중국 증시에 상장한 첫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이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상장한 직후 주가는 7배 넘게 치솟았다.

    유니트리의 상장 당일,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봇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2억7820만위안(약 5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대부분 적자를 기록중인 우리나라 로봇기업과는 대조적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우리나라 로봇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밸류에이션 적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발현되고 있단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CXMT의 상장 직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0%가량 하락했고 코스피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글로벌 D램시장 점유율 7.6% 수준인 CXMT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XMT의 공격적인 증설 계획은 범용 D램 시장에서의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CXMT와 유니트리 외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의 증시 입성은 줄줄이 예고돼 있다. 

    현재는 중국 낸드플래시 기업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상장 전 절차를 마치고 기업공개를 준비중이다. YMTC는 삼성전자(25%), SK하이닉스(22%)에 이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3위(14%)에 올라있는 업체다. YMTC의 상장은 앞선 CXMT IPO의 흥행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완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니트리 뒤를 이어 상장을 준비중인 로봇 기업들도 많다. 딥로보틱스(Deep Robotics), 도봇(DOBOT, 홍콩에서 선전A주로 복귀 상장), 유이봇(YouiBot) 등이 중국 본토 또는 홍콩에서 대규모 IPO를 추진하고 있다.

  •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이 본토에 상장하는 건 쉽지 않은 일로 여겨져 왔다. 중국 정부는 2024년부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상장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이 나스닥 행을 택하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같은 상황에 홍콩 증시가 대체재로 각광받았다. 홍콩거래소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중국 IT 기업들이 몰리며 지난해 글로벌 IPO 조달액 순위 1위 시장으로 등극했다.

    올해 초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단 내용이 담긴 중국 정부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이 발표한 이후부턴 분위기가 바뀌었다. 5개년 계획엔 은행대출(간접금융) 중심의 금융구조를 자본시장(직접금융) 중심으로 대전환하고, 자본시장의 국가 산업전략 실행을 위해 적극 활용하겠단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본토 증시에도 패스트트랙을 도입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커촹판, 촹예판(創業板·선전거래소 중소·벤처 첨단기술 전문) 등 중국판 나스닥 시장에 힘을 싣고 있는데 두 시장 모두 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간소화하고, 민간항공·AI와 같은 전략산업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고 있다.

    우량 기업에는 홍콩거래소에 이중 상장과 분할 상장을 장려해 중국 본토에 들어오지 못하는 글로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과거엔 불가능했지만 이젠 적자 기업도 커촹판과 촹예판에선 상장이 가능하다. 1대10의 차등의결권도 도입하면서 창업주의 지배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역시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지원책에 힘입어 커촹판50 지수는 중국의 대표 지수 CSI300(상하이·선전 증시 대형주 300개로 구성)보다 약 30%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가전략기업들의 기초체력 강화 ▲IPO 활성화 ▲기관투자자들의 버팀목 역할 강조 ▲ETF활성화를 통한 일반 자금의 수급 안정화 등 자본시장을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의 자본시장이 국가 전략 역량 강화를 위한 자원 배분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자본 조달에 대한 활로를 찾게 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감도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벌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급을 늘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AI반도체 분야 등에서 차츰 기술 격차를 줄여 중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의 피지컬 로봇기업은 범용성 측면에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술력 역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단 평가를 받는다. 상용화 능력을 갖춘 중국의 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로봇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보다 기술력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다고 보기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다"며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나라 기업들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