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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단일 기업 사상 최대인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업계에서는 시장 안팎에서 부풀려진 주주환원 기대치와 즉각적인 자사주 소각 부재가 겹치며 거센 차익실현 매물이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수급 충격에 가려진 실질적 배당 예상 규모와 세제상 필연적인 자사주 소각 경로를 들어,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반박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급락한 2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위태롭던 26만원선마저 무너진 모습이다. 이는 지난 21일 환원 기대감으로 기록했던 정규장 상승분(28만1500원 마감)을 하루 만에 전액 반납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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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외국인과 기관이 1조원에 달하는 합산 순매도를 쏟아내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이 홀로 매수 물량을 받아내는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발표함으로써 주가를 방어한 SK하이닉스나, 배당 매력으로 직전 거래일 8% 상승세를 보인 삼성전자 우선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가 급락의 1차 배경으로는 과도했던 주주환원에 대한 눈높이가 꼽힌다. 삼성전자의 환원 계획 발표 직전 시장 일각에서는 연간 영업이익 380조원 전망을 근거로 최대 150조원~2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설'을 제기했다.
이에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 21일 장 마감 후 의결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재원은 최대 110조원이었다. 기존 최대치(2020년 20조30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였으나, 시장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규장 종료 직후 열린 넥스트레이드(NXT) 애프터마켓에서 전 거래일 대비 5.33% 주가가 하락하며, 전형적 '재료 소멸에 따른 호재 속 급락(셀온 현상)'이 촉발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 최대 150조원의 주주환원을 기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실제 발표가 이에 못 미치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면서도 "단기 변동성 확대의 지속성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대외 펀더멘털 이벤트 대응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환원의 '질적 구성'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도 컸다. SK하이닉스가 '즉시 전량 소각' 카드를 꺼낸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3분기 30조원 현금배당만 확정하고, 잔여 재원(60~80조원)의 소각 여부 등 구체적 집행 방식에 관한 결정 시점은 내년 1월로 미뤘다.
이같은 주주환원 방식이 결정된 배경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적 한계가 꼽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율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상 한도인 10%에 걸려 있어, 보통주를 대거 소각하면 계열사가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오버행(잠재 매물)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단순 환원 규모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본업의 '기술 격차' 불안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0일 TSMC가 1.6 나노 공정칩 개발을 공표하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HBM과 AI 서버 수혜가 명확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전 부문에서 경쟁력을 다시 입증해야 하는 단계여서 '삼성 디스카운트'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시장의 비관론이 삼성전자의 본질적 기업가치 대비 과도한 공포라고 맞선다. 세제 요건을 계산하면 잔여 재원의 자사주 소각 전환은 필연적이라는 논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배당성향 25%)을 충족하려면 올해 현금배당은 약 75조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황기 이익을 기준으로 현금배당을 무리하게 늘리면 향후 다운사이클 도래 시 '배당금 증가'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배당성향을 25% 선에서 관리하고 남는 초과 환원 재원(올해 약 38조원, 내년 약 74조원)은 결국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과 수급의 실질적 하방 안전판도 견고하다는 평가다. 3분기 30조원 특별배당이 집행되면 분기 주당배당금(DPS)은 4654원으로 늘어 단일 분기 배당수익률만 보통주 기준 1.65%(연간 3.9%)에 달한다.
아울러 24일부터 3개월간 장내에서 집행되는 15조원 규모의 임직원 성과급용 자사주 매입은 유통 물량을 흡수하는 실질적 '매수벽' 역할을 할 것으로 증권가는 기대한다.
결국 지금의 단기 수급 왜곡이 걷히면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연간 370조~54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체력과 50%대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는 올해 잠정치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 6.5배, 내년 잠정치 기준 4.5배 수준에 갇혀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 예상 환원 재원과 100조원대 자사주 매입이 결합되면 보통주 환원 수익률은 10%, 우선주는 14.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규모 주주환원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이벤트"라며 "단기 이벤트 소멸 후 반도체 본업 경쟁력과 인공지능(AI) 투자 기대가 추세적으로 회복되고 세부 밸류업 정책이 확정되는 시기가 현재 주가 피크아웃 공포를 깰 핵심 분수령이 될 시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