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vs 산은 최대출자자 누구?…국민성장펀드發 GP 규약 조율도 골머리
입력 2026.08.25 07:00

국민성장펀드·NPS 동시 출자 GP들 골머리
서로 다른 규약에 조율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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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성장펀드와 국민연금(NPS)의 자금을 동시에 확보한 운용사(GP)들이 펀드 결성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국민성장펀드의 앵커 출자자인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펀드 운용 조건이 적지 않게 달라서다. 양측 규약을 한 펀드에 담기 어려울 경우 병행펀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 위탁운용사 가운데 국민연금 출자사업에서도 자금을 확보한 하우스들은 펀드 결성을 앞두고 양측 규약을 어떻게 맞출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와 국민연금 양쪽에서 출자를 받은 곳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SL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이다. 아직 국민성장펀드의 세부 규약이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규약을 어디까지 맞출 수 있느냐다.

    두 기관은 이전부터 같은 펀드에 출자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국민연금처럼 압도적인 규모의 자금을 넣는 LP가 있으면 다른 기관이 해당 LP의 기준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출자기관의 자금 공급이 늘면서 기관 간 출자 규모 격차가 줄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출범으로 산은의 출자 규모가 커지면서 어느 한쪽이 규약을 사실상 주도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쟁점은 최대출자자 지위다. VC 펀드는 통상 최대출자자에게 관리보수 등에서 우대 조건을 제공한다. 국민연금과 산은 모두 펀드당 출자 규모가 큰 만큼 어느 기관을 최대출자자로 볼지를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국민연금은 최대출자자를 정할 때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의 출자액을 합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기관 명의로 대규모 자금을 넣는 국민연금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한국성장금융이나 산은캐피탈 등 관계기관을 통해 자금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개별 기관 기준으로는 국민연금보다 출자액이 작더라도 이를 합산하면 산은 측 자금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동안에는 국민연금이 관계기관 출자 등을 감안해 산업은행을 공동 최대출자자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민성장펀드 출범 이후 산은 측 출자 규모가 커지면서 최대출자자 지위를 둘러싼 협의가 다시 필요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 공동 출자 과정에서 반복돼온 잡음이 국민성장펀드의 펀드 결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한 GP 관계자는 "지난 국민성장펀드 설명회에서도 병행펀드 구성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며 "산은 등 다른 출자기관 자금은 한 펀드에 담고 국민연금 자금은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규약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펀드 결성 과정의 주요 과제가 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수탁사 선정과 수익 분배 절차에서도 양측의 기준은 엇갈린다. 국민연금은 자신이 지정한 수탁사를 활용하도록 하는 반면 산업은행은 자체 수탁 기능을 갖고 있어 같은 펀드에 들어올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 분배 절차도 차이가 있는데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투자원금이나 수익을 LP에 분배하기 전 GP가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관련 절차를 사전 승인에서 사후 보고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은이나 성장금융은 분배 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보고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안다"며 "한쪽은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사후 보고만 받겠다고 하니 같은 펀드 안에서 규약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율이 쉽지 않은 배경에는 각 기관의 내부 절차도 있다. 표준 규약은 리스크관리와 컴플라이언스, 법무 등 여러 부서의 검토를 거쳐 마련된다. 일부 조항을 손보려면 다시 내부 협의와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기관들도 기존 규약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병행펀드가 대안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자금을 각각 다른 펀드에 담는 병행펀드 구조로 결성했다. 국민성장펀드에서도 양측이 규약의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슷한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병행펀드는 법적으로는 별도 펀드지만 운용 전략과 투자 대상은 사실상 동일하게 가져가는 구조다. 서로 다른 LP의 규약을 각각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GP 입장에서는 관리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또 다른 GP 관계자는 "병행펀드로 나누면 규약 충돌은 피할 수 있지만 총회와 보고 등을 각각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며 "가능하면 하나의 펀드로 결성하는 게 낫지만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병행펀드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운용사들은 다른 하우스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성 구조를 정하려는 분위기다. 먼저 규약 협의에 나선 GP가 산은과 국민연금의 요구를 어디까지 맞추는지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VC 관계자는 "두 LP의 요구를 조율한 뒤 이를 다른 LP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생길 수 있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협의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많은 하우스들이 먼저 결성에 나선 운용사가 규약을 어떻게 맞추고 펀드 구조를 가져가는지 지켜본 뒤 결정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하반기 국내 PEF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다시 열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출자가 재개되면 PE 하우스에서도 국민성장펀드와 연금 사이의 규약 조율 문제가 생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