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모빌리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ADR 상장은 2대주주인 TPG캐피탈의 회수 목적으로 진행 중인데, 카카오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중복상장 문제도 살펴야 하는 만큼 카카오의 협조가 필요하다. 카카오 입장에선 2대주주의 엑시트를 지원해 오랜 갈등 관계를 정리할 기회지만, 카카오가 먼저 서두를 유인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카카오는 주주가치제고 위원회가 TPG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만을 기초로 한 ADR 상장을 검토 중이며, 7월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장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PG는 카카오와 함께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설립을 주도하고 투자를 집행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를 상장해 자금을 회수하려 했으나 각종 논란에 막혔고, TPG와 카카오 보유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 매각 작업도 중단됐다. 이후 경영권 이전을 전제로 한 투자자 교체 작업 역시 실익이 없었다. 카카오가 주력 사업을 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지자 TPG는 독자 회수 행보에 나섰다. 지난 4월 주주가치제고 위원회를 설치해 ADR 상장에 나섰다. 위원회는 의석 3석 중 2석을 TPG 측이 차지하고 있다. 5월 주관사 선정과 인수단 선임 절차가 진행됐고, 지난달 ADR 관련 신청서도 제출했다.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ADR은 미국에 처음 상장하는 데다, 한국 중심의 사업 구조 때문에 난도가 높다는 지적이 따랐다. 그러나 미국 현지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상장 작업이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보다는 최대주주인 카카오와의 협의 등 한국 내부의 문제를 처리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ADR이 상장하면 TPG는 회수 성과를 거두게 되지만 카카오는 최대주주로서 상장 자회사에 대한 관리 부담을 안게 된다. 자회사는 수시로 각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강화한다. 이와 관련해 조직을 정비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설립한 후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넘기고, 이후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출범했다. 전형적인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방식은 아니고, 직접 주도하는 것도 아니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TPG는 국내가 어려우니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거래소와 당국이 주시하는 분위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이사회는 종속회사가 국내외 증시에 상장할 경우 자사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결의해야 한다. 해당 사안에 대해 주주와 소통하고 주주의 동의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모회사 이사회는 이런 결과를 확인해 자회사 상장 찬성 여부를 결의하게 된다. 공시도 의무사항이다.
해외 상장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상장 때 물적분할 자회사에 요구되는 3%룰 방식의 모회사 주주동의는 의무가 아니다. 다만 앞서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는 해외 상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상장의 경우 거래소가 심사할 수 없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 동의는 필수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사회의 5대 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카카오 입장에선 국내 규정과 유관기관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카카오 사업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서며 시장의 이목을 받는 상황이라 구설에 오를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카카오의 주가엔 카카오모빌리티의 잠재적인 시장 가치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서 카카오 주가와 주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예상되는 ADR 규모는 TPG가 회수하기엔 충분한 금액이지만, 과거 M&A 때 거론된 기업가치보다는 낮다. 주주 동의가 의무는 아니라도 카카오 이사회에서 가치산정의 적정성을 지적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카카오의 주가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치도 반영이 돼 있다고 봐야 하는데, ADR이 해외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서 카카오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입장에선 ADR 진행 과정에서 중복상장과 관련한 각종 절차적 부담을 져야 하고, 상장 후에는 유지관리 부담을 지게 된다. 오랜 기간 회수에 협조하라 요청해 온 2대주주와 관계를 정리한다는 점 외에는 실익이 많지 않다. 현재는 TPG에 경영 주도권이 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지배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테크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의 협업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각종 논란에 성장과 회수 계획이 틀어졌다. 사업 초기 합을 맞췄던 카카오 측 인사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고, 이후엔 회수에 협조해달라는 TPG와 미온적인 카카오의 대립 양상만 이어졌다. 위원회까지 설립하면서 TPG가 '실력 행사'에 나선 터라 카카오가 얼마나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는 현재 ADR 상장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당사의 이사회는 이와 관련해 결정한 사항이 없으며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주주동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면서 주주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필요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카카오 측은 ADR 상장 관련 진행 상황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