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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가 장기근속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금(金) 포상과 관련한 자산운용사를 새로 선정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당장의 운용사업보다 그 이후에 쏠리고 있다. 현대차의 장기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거래관계를 확보할 경우 향후 수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사업까지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장기근속 포상 관련 자산운용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현재 운용사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주 결과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RFP는 장기근속 포상 지급과 관련해 현대차가 관리하는 자산의 운용사를 선정하는 작업이다. 현대차는 장기근속 임직원에게 현금과 휴가뿐 아니라 순금으로 제작한 금메달을 지급하는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부터 대상이 되며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지급량이 늘어 최대 13돈(48.75g)에 달한다.
최근 금값이 급등하면서 회사와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도 커졌다. 금 가격 상승으로 포상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령하는 임직원의 근로소득세 부담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존 금메달 현물과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장기근속자가 지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회사 장부에 반영되는 관련 부채(장기종업원급여부채) 역시 7000억원에 육박한다. 현대차가 2025년 말 인식한 관련 충당부채는 약 669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금 포상은 직원의 근속기간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 년 뒤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선 향후 지급해야 할 부채와 이에 대응하는 자산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금값에 따라 향후 지급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장기간에 걸친 자산운용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번 RFP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해당 자산의 운용보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현대차라는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의 장기자금을 직접 운용한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면, 향후 다른 법인자금 운용은 물론 퇴직연금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업계는 최근 현대차그룹 퇴직연금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그룹 퇴직연금은 계열 현대차증권의 대표적인 캡티브(내부시장) 사업으로 여겨졌다. 현대차증권이 증권업계 DB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압도적인 적립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현대차·기아 등 그룹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5조5000여억원으로 증권업계 1위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은 13조6000억원으로 약 90%에 달한다. DC형에서도 계열사 물량이 73%를 차지한다. DB와 DC를 합치면 현대차증권이 확보한 그룹 계열사 물량만 약 14조4000억원이다.
최근에는 이런 캡티브 구조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신규 퇴직연금 사업자로 추가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그동안 외부 금융사가 진입하기 쉽지 않은 사업장으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관심이 컸다.
외부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현대차그룹이라는 거대한 캡티브 시장에 진입할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확보하고 있는 그룹 DB 물량 13조6000억원 가운데 일부만 이동해도 웬만한 대기업 사업장을 새로 확보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현대차와의 거래관계를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영업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 하나의 운용보수만 보고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차 자금을 직접 운용했다는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퇴직연금을 비롯한 다른 자금운용 사업에도 제안할 기회가 생기는 만큼 증권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