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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마무리한 뒤 여유자금 운용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주주환원을 앞두고 당분간 단기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되, 이벤트성 자금 수요가 해소된 이후에는 채권과 신탁 등 다양한 자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요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운용과 관련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회사 측은 이 자리에서 투자 활동을 축소할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향후 투자 대상과 운용 방식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전분기 말 대비 33조6000억원 늘어난 88조원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현금창출력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유동성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재무 전략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동안 일부 자금을 채권 등에 투자해 왔지만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단기적으로는 운용 전략을 보수적으로 바꿨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1월까지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 방식으로 취득한 뒤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채권 매수를 잠시 멈추고 일부 자금을 필요할 때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시중은행 예금으로 옮기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물 위주의 자금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단기물로 투자할 예정"이라며 "투자를 그만둘 생각은 없고, 오히려 투자풀 다각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되는 11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여유자금 운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사실상 소수의 자금 담당 인력이 투자 검토부터 내부 의사결정, 이사회 보고까지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회사와 운용사들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외부 문의와 제안도 급증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인력 보강을 위해 재무팀 자금관리 담당 경력직을 채용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인력 보강과 함께 외부 운용 역량을 활용하는 구조를 병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의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관련 시장 개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업계가 비교 사례로 드는 곳은 애플 자금관리(Treasury)팀이다.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1465억달러(한화 약 200조원)에 달한다. 해당 자산을 회사채와 MBS·ABS, 미국 국채, 해외 국채, 예금, 기업어음(CP) 등으로 세분화해 운용한다. 자산별 등급과 만기, 투자 한도 등 내부 가이드라인을 이사회와 재무위원회의 승인으로 정해뒀다. 그 틀 안에서 외부 자산운용사와 프라임 브로커를 통해 집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애플은 장기 운용 자금과 이벤트성 자금 수요를 분리했다. 자사주 매입과 같은 대규모 자금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기존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급하게 처분하기보다 CP 발행 등 별도의 단기 조달 수단을 활용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채권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트레저리의 외연 자체를 넓혀야 한다"며 "여유자금은 신탁과 채권형 상품으로 분산 투자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대규모 투자처럼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자금 수요는 별도의 조달 창구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