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미발표에...슬금슬금 피어 오르는 '음모론'(?)
입력 2026.08.26 07:00

Invest Column
재원 충분함에도 불구, 하이닉스는 오르는데 삼전은 왜?
금산법 10%룰 거론하지만 이는 수시로 발생하는 일
지배구조 난맥 해결에 삼성전자 현금 200조는 좋은 수단?
주가 하락세 이어지면 결국 주주들 반발 더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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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번주 재계와 자본시장 최대 화두는 삼성전자였다. 하이닉스가 40조원 자사주 소각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14%나 올랐는데, 두 배 넘는 110조원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삼성전자 주가는 9% 넘게 빠졌다. 삼성전자 공매도 거래량과 대금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물론, 유튜버들도 앞다퉈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삼전은 왜 하이닉스처럼 자사주 소각 계획을 안 내놨느냐"로 이어졌다. 

    자사주 소각, SK에는 '호재' 삼성에는 '악재'?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다른 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닉스는 'SK→SK스퀘어→하이닉스'로 지배구조가 단순하다. SK스퀘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라 하이닉스 지분 20%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안 그래도 하이닉스 ADR 발행으로 지분율이 낮아진 터였는데,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뤄지면 발행주식수 감소로 스퀘어의 하이닉스 지분율이 높아진다. 이른바 호재다. (토스증권 이영곤 리서치센터장)

    삼성전자는 상황이 다르다.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한편(37.7%) , 삼성물산(5.1%)과 삼성생명(8.5%), 삼성화재(1.5%)가 함께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또 생명과 화재는 금산법 제24조, 이른바 '10%룰' (의결권 지분 10%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기업집단이 지배할 경우 금융위 승인)을 적용 받는다. 즉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주식수가 줄면, 생명과 화재의 전자 지분율이 10%를 저절로 넘어간다. 

    이때마다 넘친 주식을 일부 내다 팔아야 한다. 올 3월에도 생명과 화재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지분율 상승 때문에 보유하던 전자 주식 일부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여기까지가 시장이 추정하는 "삼성전자가 하이닉스처럼 시원하게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못 밝힌' 이유다. 

    너무 두루뭉술한 주주환원책...금산법 10%룰 처음도 아닌데?

    사실 이번 삼성전자 주주환원 계획은 공개된 '금액'은 컸지만, 유달리 내용이 두루뭉실했다. 3분기에 30조원을 현금배당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주주환원 규모나 방식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80조원이나 되는 나머지 돈을 전부 배당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일부 자사주 매입을 하겠다는건지 등이 전혀 안 나왔다. 

    따져보면 금산법 10%룰은 삼성생명과 화재에게 늘상 있는 문제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8년에도, 2025년에도, 그리고 올 상반기에도 같은 이슈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생명과 화재는 전자 지분을 시장에서 팔았다. 아니, 삼성전자 주식인데...당연히 별 문제 없이 소화된다. 

    생명과 화재는 전자 지분을 더 갖고 있으면 '투자손익'이 더 늘어나서 호재다. 반대로 금산법 때문에 이를 일부 팔면 또 그거대로 이익을 늘려준다. 올 상반기 삼성생명은 순이익 1조8935억원(연결기준)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는데 보유한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서 투자수익이 급증한 덕이 컸다. 그러면서도 3월 금산법 이슈로 삼성전자 주식 624만주 가량을 블록딜로 팔고서 매각대금 1조2176억원을 벌었다. 

    이들을 걱정하느라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계획을 못내놓는다? 글쎄... 이때부터 슬금슬금 '삼성그룹 오너 일가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배당'이란 음모론(?)이 등장한다. 

    삼성전자 내부현금 200조원, 지배구조 개편 최적의 수단?

    사실 삼성 지배구조의 원천 과제는 단 하나다. 삼성전자에 대한 일원화된 지배력 확보다. 현재 생명과 화재가 합쳐서 10% 지분을 보유하는 삼성전자 지배구조 대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우뚝 서는 일이다. 그래야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로 지배구조가 일원화되는 한편, 매 시기마다 금산법과 시가평가 문제로 정치권 눈치를 볼 일이 없어진다. 그러자면 가장 간단하고 명쾌한 방법이 삼성물산이 생명과 화재로부터 전자 지분을 사오는 건데...문제는 물산에 그만한 돈이 없다. 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1500조로 환산하면 전자 지분 10%를 물산이 모두 사오는데는 150조원, 그 중 절반만 사오는데도 최소 75조원이 소요된다. (물론 물산이 모두 사 올 필요는 없다.) 단 1% 지분을 사오려고만 해도 15조원이 필요하다.

    어쨌든 현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해서 생명과 화재로부터 전자 지분을 매입할 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터인지 삼성바이오는 작년 9월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여러 번 설명했다. (관련기사 : 삼성바이오 "물산·전자, 지배구조 개편에 바이오 지분 활용 안해" 확약)

    그런데...예상치 못한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에 무려 200조원에 가까운 현금이 마련될 기세다. 이 현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단순 계산으로 이번 30조원 배당을 지분율로 나누면 ▲삼성물산 1.5조원 이상 ▲이재용 회장 약 5000억원 ▲홍라희 여사 약 4000억원의 배당이 제공된다. 그러고도 아직 약 80조원의 재원이 남아있다. 남은 재원의 절반만 다시 추가로 배당한다면? 물산에는 추가로 2조원 이상, 이재용 회장 등에게는 역시 6000억원 가량이 제공된다. 

    물산으로선 이 현금을 이용해 전자 지분을 늘리면 숙원사업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수 있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규모도 추후 적절히 믹스(mix)해 황금비율을 계산해 내면 금산법 10%룰의 제약도 해결하면서 물산이 1대주주가 되는 시나리오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이재용 회장 등 오너 일가로서는? 그간 상속세 완납을 위해 받았던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 상환이 가능하다. 이번 배당은 당연히 가뭄에 단 비에 해당된다. 몇년 전 만해도 생각지도 못한 200조라는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그냥 자사주 소각으로 날려버릴 이유가...있을까?

    주가가 빠질 때...'JY에 대한 호의'는 유지될까

    배당금을 활용해 그룹 지배구조를 공고히 한다든가, 대출을 상환하는 게 불법이 아니다. 또 현실화시키려면 배당에 대한 법인세, 내부거래 논란, 거래가격 공정성 평가 등의 난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회가 생긴 건 분명하다. 

    문제는? '주가'다.

    전 세계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회사, 올해 영업이익 380조가 예상되고 ROE가 54%가 넘는 회사의 PER이 5.4배다. 쉽게 말해, 지금 삼성전자 주가라는 게 이 회사가 단 1년 동안 벌어 들일 돈의 5배 밖에 안된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회사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주가를 오로지 삼성전자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월스트리저널이 '전 세계에서 최고로 미친 주식시장'(the world's craziest stock market)'라고 규정한 한국 증시의 비정상적인 상황 때문이다? 

    그렇게 시장 여건이나 수급 상황을 탓해본들... 주주들은 결국 삼성전자를 탓하고, 삼성전자의 재무팀이나 IR팀을 탓할 수밖에 없다. 왜냐? 하이닉스처럼 자사주 소각을 내놓지 않았고 그래서 주가가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돈을 그만큼 벌었다면서 왜?" 

    이미 우리 사회 거의 모든 계층과 세대에는 삼성전자 주식에 묶여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내 중인 이들이 포진해 있다. 누구는 개인자금을, 누구는 퇴직연금을, 심지어 누구는 대출을 받아서 투자했다. 그러니 이들의 분노와 절망은 쉽게 보편화되고 정당화되며, 당연히 최대 뉴스거리가 된다. 이게 지난 며칠 간 일어난 일의 핵심이다.

    그런데 행여...이런 흐름이 올 연말로 가면서 "알고 봤더니 'JY'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공고화를 위해 삼성전자 현금을 좀 활용하려고 그런거다"라고 이어진다면? 그때부터 주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얼마나 더 커질까. 이런 분노는 결국 누구에게 향할까. 아울러 뻔히 보이는 우려를 단도리하기는 커녕, 내버려두면서 문제가 커지는 걸 그저 지켜보고 있는 건 누굴까.

    지난 수년간 특정 정치인 혹은 기업인에 대한 '호의'는 마치 팬심처럼 생성되고 소비돼 왔다. 미디어에서 보여진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과 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결합되어 멋진 내러티브를 만들고, 곧바로 '팬클럽'들을 양산했다. 이는 그대로 특정 정당 지지율 혹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공고하고 아름다운 팬심을 순식간에 뒤집는 요인이 하나 있다. 

    '모든 애정의 최대 적은 '각자의 이익' 이다'

    (Self-interest is the enemy of all true aff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