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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에너지 사업을 다시 그룹 핵심사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룹 차원의 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데 이어 그룹 내 흩어진 에너지 역량을 집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에너지 담당 조직의 지배구조 개편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부 형태로 둘지 별도 법인으로 떼어낼지를 포함해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거론된다.
삼성이 에너지 사업 재편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약 10년 전에도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발전·플랜트·투자 역량을 모아 별도 사업체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됐다.
다만 재무적 부담 등을 이유로 현실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설비투자(CAPEX)와 고정비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발전소를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필요한 전력을 외부에서 구매하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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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전력의 위상이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계산법이 달라졌다.
AI와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에너지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발전·전력 인프라까지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SK와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일찌감치 에너지 사업 기반을 갖춘 점도 삼성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도 계열사별로 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타 그룹 대비 에너지 외부 의존도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반도체 팹과 삼성SDS AI 데이터센터 등 그룹 내부 전력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삼성 내에서 에너지 사업 경험이 가장 많이 축적된 곳 중 하나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2020년 국내 비금융사 최초로 탈석탄 선언을 한 이래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동안 해외에서 부지 발굴과 인허가, 사업권 개발을 통해 발전소를 매각하는 디벨로퍼 모델을 구축했다. 2010년부터 개발한 캐나다 풍력·태양광 복합발전단지와 같이 일부 사업장은 지금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삼성의 에너지 사업 확대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국 태양광 사업을 개발·매각 중심에서 직접 운영까지 확대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사별로 보유한 에너지 역량을 결집해 미국 내 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미국 태양광 사업은 삼성전자의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대응과 전력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 관리에도 활용할 여지가 있다. 미국에서는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전력에 재생에너지 인증서(REC)가 발급되며, 이를 전력과 별도로 사고팔 수 있다. 가령 삼성물산이 태양광 발전으로 확보한 REC를 삼성전자가 구매하면 미국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서 전력구매계약(PPA)과 REC 구매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자산의 가치가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전력 공급이 AI와 반도체 투자 확대의 병목으로 부상했지만 향후 발전·송배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면 직접 보유한 발전자산이 오히려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과거 삼성 내부에서 제기됐던 '내재화를 통한 고정비 확대보다 외주를 통한 변동비 구조가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며 "핵심 병목이 전력인 만큼 삼성도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