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8 도입까지 4개월…SK스퀘어부터 현대차까지 회계·공시 대응 분주
입력 2026.08.26 07:00

SK스퀘어, 하이닉스 지분법익 빠지며 영업적자도 가능
영업이익 개념 달라져…사업·지배구조 따라 변화 제각각
재무약정·신용평가·M&A 밸류부터 'n%' 성과급까지 영향
지주사 외 현대차 같은 제조·금융 복합기업도 검토 한창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18호 도입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응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기업 수익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해온 '영업이익'의 개념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기업별 사업·지배구조에 따라 영향도 제각각이어서 회계법인을 찾는 자문 수요도 한창으로 전해진다. 

    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하는 글로벌 회계기준으로 IFRS 18은 지난 2024년 4월 발표됐다. 국내에서는 한국회계기준원이 이를 반영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8호를 마련했고 금융위원회가 2025년 12월 이를 확정했다. 국내 상장사 등 K-IFRS 적용 기업은 2027년 1월 1일 이후 회계연도부터 새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현재 투자업계에서 주목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영업이익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회사가 본업을 통해 반복적으로 벌어들인 손익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을 계산해왔다. 새 기준은 접근법이 다르다. 회사에서 발생한 수익과 비용을 영업·투자·재무 등으로 나누고, 투자와 재무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를 원칙적으로 영업손익으로 분류한다. 본업에서 발생한 손익을 골라 영업이익에 담던 방식에서, 투자·재무손익 등을 걷어낸 나머지를 영업이익으로 보는 방식으로 개념이 바뀌는 셈이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SK스퀘어가 거론된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한 그룹 내 투자전문 중간지주사다. 그간 SK하이닉스 메모리 사업 가치를 반영하면서 보통주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3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SK하이닉스 실적이 폭등한 덕에 지난 2분기에만 연결기준 19조23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내년부터 SK스퀘어는 영업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IFRS 18에서 관계기업 지분법손익은 원칙적으로 투자활동 범주로 분류된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사업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닌 만큼 지분 보유에 따른 손익을 자체 영업 성과와 분리해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에게 유용하다는 취지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SK스퀘어는 순자산가치(NAV) 거의 전부가 SK하이닉스로 구성돼 있고, 지분법 이익을 빼면 적자도 가능하다"라며 "하이닉스 지주사로서의 가치나, 대체 투자처로서 활용도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주가에 반영할지가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감안하면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SK스퀘어의 표시상 영업이익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스퀘어 외에도 실적 대부분이 관계기업 지분법손익으로 구성되는 다른 지주·투자회사 역시 같은 식으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대로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 과거에는 비경상적, 일회성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하던 항목들이 영업이익으로 반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본업 영업활동에 활용하던 공장·부지·장비 등 자산을 처분했을 때 발생하는 손익 등도 영업이익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손익의 분류가 달라지면서 영업이익이 급락하는 경우에도 손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기업의 경제적 실질이나 최종 순이익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기업 내부는 물론 자본시장 곳곳에서 오랜 기간 핵심 평가 지표로 활용돼왔던 만큼 상당한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 인사 체계는 물론 채권자나 투자자 입장에서 그동안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해왔던 것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 보상체계나 대출, 투자와 관련된 약정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지금 대부분 기업들이 성과급 기준을 'n%' 영업이익으로 하자는 문제로 다투고 있는데 이런 게 다 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영업이익은 임직원 성과평가(KPI)는 물론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신평사의 상환능력 평가부터 인수합병(M&A)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와 인수금융 재무약정(커버넌트) 등에서 핵심 지표로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 올해 들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영업이익 'n%' 기준 성과급 산정부터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이자보상배율을 2배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한 대출약정의 경우 새 기준에 따른 영업이익을 기존 약정에 어떻게 적용할지 정리가 필요해지는 식이다. 신평사나 바이아웃 사모펀드(PEF) 운용사, 인수금융 주선사 등이 기업 현금창출력이나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널리 활용해온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 각종 지표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BITDA는 기관이나 거래마다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각자 조정치를 써오긴 했지만 이 역시 영업이익을 기초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회계기준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상환능력이 급감했다거나, 재무약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지는 않겠지만 기존 계약들을 관리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지주사가 아니더라도 현대차그룹처럼 제조와 금융이 결합된 복합기업의 고민 역시 복잡하다. 

    IFRS 18에서는 기업의 '주된 사업활동(SMBA)' 판단 역시 중요해진다. 같은 수익이나 비용도 어떤 사업을 주업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체가 금융자산에서 확보한 수익이나 차입으로 부담하는 이자는 각각 투자·재무손익으로 반영하면 그만이지만, 자산 투자나 고객금융 자체가 주된 사업활동에 해당한다면 관련 수익과 비용을 영업성과에 반영할 수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완성차 제조·판매가 핵심 사업이지만 현대카드나 현대캐피탈 등 계열사를 통한 할부, 리스 등 고객금융 역시 자동차 판매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실제로 현대차 연결실적에서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고객금융 제공을 SMBA로 볼 것인지가 주요 판단 사항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금융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영업이냐 재무냐 분류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고객금융까지 주된 사업으로 판단할 경우 현대카드나 현대캐피탈이 자체 조달하면서 부담하는 이자비용도 연결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금융 관련 조달비용을 영업활동에 반영할 경우 현대차 자체적으로는 자금조달 사정이 좋아져도 여전사 조달 환경이 나빠진다면 연결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재 IFRS 18 도입을 앞두고 관련 회계처리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외화 거래가 많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도 거래별 손익 분류 작업이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IFRS 18에서는 외환손익 역시 일률적으로 영업외손익으로 처리하는 대신 환 노출이 발생한 경로에 따라 영업이나 투자, 재무 범주에 따로 반영하도록 한다. 

    회계법인 다른 한 관계자는 "실질이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같아도 회사 내부적으로나 외부 금융기관, 채권자, 투자자까지 새 기준에 따라 달라진 숫자를 어떻게 해석할지 다시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사업구조가 복잡한 기업을 중심으로 IFRS 18 도입을 위한 자문이나 사전 검토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