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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계약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보험사들이 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유동성 관리에 나섰다. 보험계약대출은 실행 즉시 보험사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인 만큼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유동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오히려 대출을 과도하게 억제하면 자금이 필요한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해 더 큰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 5곳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42조3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0조215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2조1576억원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자금을 빌리는 제도다. 별도의 소득·신용 심사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된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자금 수요가 보험계약대출로 이동하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보험계약대출 증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4월 보험사들에 보험계약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이후 대출 규모가 큰 보험사를 중심으로 6~7월 대출 한도를 조정했다. 통상 해약환급금의 90% 안팎이던 한도를 일부 상품에서 80%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한도 조정이 본격화한 6월 말 이후에도 잔액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5대 생보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월 말 41조9060억원에서 7월 말 42조3726억원으로 한 달 새 4665억원 늘었다.
보험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대출 한도 축소가 보험계약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필요할 때 자금을 빌린 뒤 상환하고 다시 대출받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도가 갑자기 낮아지면 기존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계약자가 대출 대신 보험 해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령 해약환급금 대비 대출 한도가 90%에서 80%로 낮아지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계약자가 계약을 유지하기보다 보험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최후의 자금 조달 수단인 보험계약대출까지 제한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대출을 통해 해약환급금 일부를 나눠 지급하는 것보다, 계약 해지로 대출 원리금을 제외한 해약환급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때 단기 현금 유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대출 잔액을 줄이더라도 '대출 감소→해약 증가→현금 유출 확대'로 이어지면 당초 기대했던 유동성 관리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출 한도를 10%포인트만 낮춰도 자금 계획이 틀어진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다 장기 보험계약의 해지를 부추기고 보험사의 현금 유출까지 키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 증가와 해약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환매조건부채권(RP) 조달 등 비상자금 조달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 발생한 유동성 경색을 반면교사 삼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화재도 당국의 관리 주문과 별도로 우량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선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보험계약대출 증가 규모만으로 보험업권 전반에 시스템적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보험계약대출은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실행돼 신용손실 위험이 낮은 데다 보험사들이 보유한 유동성 자산과 비상자금 조달 수단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실질적인 유동성 충격은 대규모 방카슈랑스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거나 환급률이 100%에 도달하는 시점에 발생한다"며 "현재 보험계약대출 증가세는 위기라기보다 사전에 유동성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추가 규제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국회에서 보험계약대출 증가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스트레스테스트 강화 등을 검토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과 관련한 국회 질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스트레스테스트 강화 검토 여부 등은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