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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양사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할 당시 약 15조원으로 평가했던 두나무의 장외 기업가치가 9조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비트코인이 8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지만, 두나무의 장외 몸값은 아직 투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지난해 11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의했다. 당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5조1000억원, 주당 가치는 43만9252원으로 평가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5조원으로 평가해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를 배정하는 구조다.
이후 두나무는 같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올해 5월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취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분 3.90%를 5978억원에 추가 취득했고,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는 지분 4%를 6128억원에 사들였다. 총 투자액은 2조2139억원이다. 지난해 네이버와의 거래부터 올해 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삼성금융의 투자까지 주요 자본거래가 사실상 15조원이라는 하나의 밸류를 기준으로 이뤄진 셈이다.
수개월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15억원으로 약 80%, 순이익은 1084억원으로 약 75% 줄었다. 가상자산 거래 감소가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실적 악화는 장외시장에도 반영됐다. 올해 첫 거래일 35만4000원이던 두나무 장외주가는 이달 한때 2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27만원대로 반등했지만 네이버와 투자자들이 거래 기준으로 삼은 43만9252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다. 장외 시가총액은 9조원대로, 네이버와의 거래 당시보다 40%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8만달러를 넘어서며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투자심리도 살아나면서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지난 21일 전일 대비 19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두나무 장외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거래를 결정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두나무의 이익창출력과 시장가치가 동시에 크게 낮아졌다. 기존 기업가치와 교환비율을 그대로 적용해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대한 내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을 중단하거나 독자 노선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업황 부진이 한 차례 더 이어질 경우 거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절차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는 양측에 대한 보완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주주총회는 오는 11월19일, 주식교환일은 12월31일로 예정돼 있다.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다음 과제는 주식교환 이후 존속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공개(IPO)다. 양사는 주식교환 이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상장을 추진하고 1년 이내 IPO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국내보다 미국 증시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이 구체화하면서 네이버가 코스피에 상장된 상황에서 네이버파이낸셜까지 국내 증시에 올리는 데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기존 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나무와 네이버 측은 "현재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고 있으며 관련 절차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결합 심사와 주식교환 등 선행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상장 시장이나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장을 강조하는 데는 기업가치에 대한 고려도 깔려 있다. 국내 장외시장에서 두나무의 몸값이 9조원대로 내려온 만큼, 가상자산 기업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해 온 미국 자본시장에서 네이버와의 결합 이후 성장성을 평가받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상장이라고 규제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복상장 관련 제도 개선안은 모회사 이사회의 절차적 의무와 자회사 상장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이에 네이버 측은 해외 상장에 필요한 이사회 승인 등 절차와 준비사항,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증시가 기존 15조원의 기업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나무의 상반기 매출 4081억원을 단순 연율화하면 약 8160억원이다. 이를 15조원의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매출 대비 기업가치는 약 18배다. 현재 장외 시가총액 9조원대를 적용하면 11배 안팎이다.
이는 미국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밸류다. 멀티플 10.1배를 적용받는 코인베이스는 현물거래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구독·서비스, 기관 및 파생상품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반면 두나무는 국내 현물 가상자산 거래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현재 거래가격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새로운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환경도 변수다. 특히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 국내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한 주요 기업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시장을 선택하는 데 대해 정부·여당 내부의 시선이 이전보다 민감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경우 일반 기업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크다. 미국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더라도 국내 정책당국과의 조율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해 실적까지 계속 악화한다면 네이버와 두나무 양측의 셈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나무가 결제·금융·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 국내 중심의 사업구조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추가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