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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연기되면서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융기관들이 기류 파악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이전 대상이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본점 이전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금융기관들은 국회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은 당초 예상됐던 9월보다 늦은 10~11월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당초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안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확정 시점에 대해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며 10~11월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전 검토 대상이 약 350개 기관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이유로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전체가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의 확정 시점이 미뤄진 데에는 이전 대상과 방식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방정부와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와 이전 지역의 정주 여건 등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관가에서는 이전 대상 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일정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책은행과 금융노조, 각종 공제회 등을 중심으로 지방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는 만큼 정부가 이전 대상과 예외 기준 등을 추가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기존보다 다소 달라진 것 아니냐는 데 주목하고 있다. 김 장관은 앞서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가능한 모든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서울 잔류기관 '제로(0)'에 도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350여개 검토 대상 가운데 일부는 실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해석이다.
국책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서울에 남는 기관을 최대한 없애겠다는 방향이 강조됐는데 이번에는 350개 기관 전체가 대상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며 "기류가 조금 달라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기관 노조들은 아직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350개 전체가 대상은 아니다'라는 원칙적인 언급 외에 실제 이전 대상이나 제외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것은 국무회의에 안건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정도"라며 "예전에도 모든 기관을 예외 없이 이전한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비용이나 기관 특성을 고려해 일부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얘기는 있었던 만큼 아직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지방정부와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듣고 공청회와 청문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금융권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이전 논의 과정에서 노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은 이전부터 제시됐던 데다, 장관 발언 이후 개별 금융기관 노조를 대상으로 별도의 협의가 본격화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별 대응 수위도 엇갈리고 있다. 국책은행 노조들은 금융노조가 추진하는 총파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국책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본점 이전 이슈가 있는 만큼 금융노조에서 총파업을 진행하게 되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해 은행의 지방 이전을 멈춰 세울 정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라며 "그 기조는 변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노조는 추가 집회나 파업 계획을 정하기보다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금감원과 함께 지방이전 반대 공동 대응에 나섰던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정부의 구체적인 이전 방향이 확인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 발표가 미뤄졌지만 국회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설립 근거법에 본점 또는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 기관들은 실제 지방이전을 위해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한다.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은 각각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고, 예금자보호법 역시 예금보험공사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수출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명시돼 있지만 해당 법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관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들은 정부의 이전 대상 선정 단계뿐 아니라 이후 법 개정 과정까지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국회 설득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특정 금융기관을 이전 대상으로 정하더라도 법에 서울 소재가 명시된 기관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실제 본점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보의 경우 예금자보호법 개정뿐 아니라 이후 정관 변경도 필요한 만큼 노동이사를 통한 이사회 차원의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예보 노조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가 어느 기관을 이전 대상으로 정할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단계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기관 입장에서는 국회 논의까지 고려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일정이 늦춰졌다고 이전 문제가 끝났다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