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뉴노멀' 한 달 만에 흔들…1300원대 환율은 언제까지 갈까
입력 2026.08.27 07:00

7월 1559원→8월 1376원…두 달도 안돼 183원 급락
기업 네고·ADR·약달러 맞물리며 수급 급반전
증권가 1340~1360원 하단…하반기 전망 낮춰
일회성 달러 공급·해외투자는 반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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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원달러 환율 1500원대를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던 증권가의 전망이 한 달여 만에 크게 수정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해외투자 확대와 수출대금의 국내 환전 감소 등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부각됐지만, 최근에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반도체 관련 자금 유입이 외환시장 수급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놨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환율 하락 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부에서는 환율 하단으로 1340~1360원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하락을 이끈 달러 공급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해외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도 여전해, 연말까지 1300원대가 그대로 유지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85원선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일 장중 고점 1559.20원에서 이달 24일 저점 1376.50원까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80원 가량 하락했다. 

    지난 19일에는 1397.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9월 29일 이후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 종가를 기록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과 달랐다. 올해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6원, 2분기는 149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에는 일주일간 종가 평균이 1525원에 달했다. 1500원이 일시적인 오버슈팅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당시에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 가치가 오르지 않는 수급 불균형이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서 환전되지 않고 외화예금이나 해외자산 투자에 다시 투입된다는 것이다. 가계의 해외주식 투자와 국내 기업의 대미투자가 늘어난 점도 상시적인 달러 수요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환전 행태가 달라지며 수급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 상반기 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달러 환전을 미뤘던 수출기업들이 고점 인식이 확산하자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8월 말 법인세 중간예납과 월말 원화 자금 수요도 기업의 달러 매도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 환전도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관련 달러 물량이 유입되자 환율 상승에 베팅했던 역외 투자자의 롱스톱과 신규 숏플레이가 뒤따랐다. 환율 하락이 기업의 추가 네고와 환헤지를 부르고, 늘어난 달러 공급이 다시 환율을 끌어내리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도 환율 하락을 거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인덱스는 99선 안팎까지 내려왔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 국제유가와 달러가 함께 약세를 보였다.

    수급과 대외 여건이 동시에 바뀌자 증권사들도 환율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70원에서 1420원으로 50원 하향 조정했다. 분기별 평균 전망치는 3분기 1430원, 4분기 1410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달러인덱스가 96~97선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경우 달러 약세만 반영해도 원달러 환율 하단이 1360원 안팎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예상 범위는 1340~1520원으로 넓게 유지했지만 전망의 무게중심은 이전보다 아래로 이동했다.

    NH투자증권은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에 따른 달러 매도 가능성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의 1차 지지선을 1340~1350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수준에서 40~50원가량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두 회사가 발표한 주주환원 규모가 그대로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유 원화와 국내 영업현금흐름을 고려하면 실제 환전 비중은 전체 재원의 40~50%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게 NH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외국인 주주가 받은 배당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하면 환율 하락 효과도 일부 상쇄된다.

    최근 환율 하락을 주도한 ADR 자금과 법인세 관련 네고가 일회성 수급이라는 점도 변수다. 관련 달러 공급이 줄어들면 수입기업의 결제 물량과 저가 매수 수요가 다시 환율 하단을 받칠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커스터디 달러 수요도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가계와 기관투자가의 해외주식 투자,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역시 구조적인 달러 수요로 남아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해외자산 투자로 다시 빠져나가는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27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단기 변수다. 금리 결정 자체보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에 관한 한국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환율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란 평가다.

    현재 시장 전망을 종합하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1300원대 후반을 중심으로 한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 공급이 추가로 늘면 1340~1360원까지 하단이 낮아질 수 있지만, 네고 물량이 줄고 해외투자와 저가 매수 수요가 살아나면 1400원대로 되돌아갈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500원대가 당장의 기본 전망에서 멀어진 것은 맞지만 1300원대가 새로운 장기 균형점으로 굳어졌다고 판단하기도 이르다"라며 "시장의 컨센서스 역시 '1300원대 고착'보다는 단기 하락 우위와 연말 반등 가능성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