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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합병가액 산정 기준이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인수·합병(M&A) 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인수 후 계열사와 합병 과정에서 신주 발행이나 현금 유출 규모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경영개선계획 이행 차원에서 매각이 시급한 롯데손해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합병가액 산정기준 변경 등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합병 등 조직개편시 공정가액을 적용하고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이사회 검토 및 외부평가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현행 법은 상장사가 계열사와 합병하는 경우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한다. 계약체결일 또는 이사회결의일 중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일주일,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이다. 할인 및 할증은 10%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앞으로는 모든 합병 때에 시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해야 한다. 주당순자산가치(BPS), 미래 수익가치에 대한 현금흐름모형(DCF), 배당할인모형(DDM)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법 개정으로 M&A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DCF나 DDM은 미래 현금흐름 추정치, 할인율, 성장률 등의 가정에 따라 값이 크게 출렁인다. 평가기관이 어떤 가정을 쓰느냐에 따라 가격 또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인수자로선 최종 인수가액을 확신하기 어렵고, 산정 근거를 둘러싼 분쟁 리스크까지 새롭게 떠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롯데손해보험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공개매각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신한금융을 비롯해 계열 손보사의 경쟁력이 약한 하나금융 등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기존 계열사와의 합병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예측된다. 대주주 지분 인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잔여 소액주주 지분까지 흡수한 뒤 몸집을 키우는 시나리오다.
롯데손보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963원으로 순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시가 기준이었다면 낮은 주가를 근거로 교환비율과 매수청구가격을 정할 수 있었지만, 공정가액 체제에서는 이보다 높게 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인수자의 신주 발행량, 혹은 현금 지급량이 커진다.
최근 롯데손보 실적이 대폭 개선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손보는 2분기 순자산이 직전 분기 대비 2888억원 증가한 9935억원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31억원)과 순이익(13억원)도 각각 분기 흑자전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앞두고 재무지표를 끌어올리는 상황인데, 실적 개선이 향후 공정가액 산정에 그대로 반영되면 인수자가 예상보다 무거운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에선 법 시행도 전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합병을 의결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에 대해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해 합병비율을 자발적으로 재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잔여지분 정리를 앞둔 골프존홀딩스도 사정권이다. 공개매수로 목표 지분 확보에 실패한다면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설 수 있는데, 법 시행 시점에 따라 공정가액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부 이송,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공포 3개월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말~내년 초부터 개정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