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리면서 시장의 시선이 다시 장기금리로 향하고 있다. 최근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미국채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이번 긴축 사이클의 최종금리가 3.5%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금리 하락을 기다리며 조달을 미뤄온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것으로, 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의 '백투백(연속)'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3%대에 이른 것은 2025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시장의 관심사는 기준금리 3.0% 자체보다 앞으로 어디까지 금리를 더 올릴 것인가에 있다. 당초 이번 긴축 사이클의 최종 금리 수준을 3.25~3.5%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2022년 긴축기의 고점인 3.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장기금리는 이미 이 같은 부담을 선반영하고 있다. 최근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미국채 30년물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시장점검회의에서 "국내외 장기금리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를 통한 단기 금융여건 조절과 별개로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기업과 가계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이 예상보다 빨리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장기금리 상승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최근 금리 상승의 배경도 재정 리스크보다는 반도체 업황이 주도하는 경기 개선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날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3.3%로, 내년도 전망을 2.1%에서 2.9%로 높였다.
반도체 호황이 단순한 수출 경기 개선을 넘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도 주목해야 한다. AI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장기간 이어지고 생산성과 투자, 고용까지 확산한다면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금리 레벨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다.
한 증권사의 크레딧 연구원은 "지금은 3.0%까지 올렸다는 것보다 최종금리가 어디까지 갈지를 고민하는 단계"라며 "기본 시나리오는 3.25~3.50%지만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뿐 아니라 잠재성장률까지 높이는 국면으로 이어진다면 3.5% 이상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금리가 내려가기를 기다리며 회사채 발행을 미뤄온 기업들은 이제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장기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마냥 시장 상황 개선을 기다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다른 증권사의 채권자본시장(DCM) 헤드는 "기업들이 차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 하지만 계속 시장을 살피기만 하고 있다"며 "공모채 시장보다는 시중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대출을 먼저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를 줄이거나 신종자본증권,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등 다른 구조의 조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외화채 발행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시장의 수요 기반이 약해진 점도 부담이다. 기업이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고 해서 수요가 따라붙는 구조가 아니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일부 우량 기업의 PRS조차 기대만큼 원활하게 소화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발행어음과 자기자본 계정 등 자체 운용 자금으로 PRS 물량을 우회 소화하거나 신용공여를 붙여 유동화한 뒤 전자단기사채로 돌리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자기자본으로 영업을 해야 한다"며 "발행어음 북이나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소화한 뒤 유동화하는 방식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