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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2018년 신세계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조원을 유치해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을 때만 해도 방향은 명확했다. 이마트의 신선식품과 물류,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상품을 한데 모아 쿠팡에 맞설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한때 기업가치 10조~15조원의 기업공개(IPO)까지 목표로 했다.
7년 뒤 결론은 정반대로 났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이달 26일 1조2711억원을 들여 SSG닷컴의 외부 FI 지분을 모두 사들였고, 바로 다음 날 SSG닷컴을 다시 둘로 나누기로 했다. 이마트 측 SSG닷컴은 그로서리와 온라인 장보기에, 신세계 측 신세계몰은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등 프리미엄 이커머스에 각각 집중한다.
자본의 흐름만 보면 외부 투자자의 성적표가 가장 선명하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은 총 1조원을 투자한 뒤 2024년 약 1조1500억원을 받고 지분을 넘겼다. 이를 받아준 금융권 특수목적회사(SPC)의 지분은 약 1년9개월 뒤 1조2711억원에 다시 이마트와 신세계로 넘어왔다.
기존 FI는 투자원금보다 약 1500억원을 더 받고 빠져나갔고, 금융권 SPC가 지분을 들고 있는 동안 다시 1211억원이 붙었다. 이를 모두 금융비용으로 볼 수는 없지만, 1조원의 외부자본을 유치했다가 완전히 걷어내기까지 약 2700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신세계그룹 남매가 부담한 대가는 서로 다르다. 이마트는 이번 지분 인수에 8275억원, 신세계는 4436억원을 투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는 온라인에 집중한 자본의 기회비용이,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는 신세계몰을 독자적인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의 기회비용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 온라인에 4.5조 이상…잘된 것은 오히려 오프라인
정용진 회장에게 이번 분할은 SSG닷컴 한 회사보다 지난 수년간의 온라인 전략에 대한 성적표라는 의미가 크다. 확인 가능한 굵직한 투자만 합쳐도 규모가 상당하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3조4404억원을 투입했고 SSG닷컴은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FI 지분 인수에서 이마트가 부담한 8275억원까지 합하면 4조5000억원을 웃돈다. 네오(NE.O) 등 물류 투자와 SSG닷컴의 누적 영업손실은 별도다.
당시 그룹 내부에서는 온라인 투자가 본격화할 당시부터 쿠팡이 선점한 시장에서 같은 방식의 자본 경쟁을 벌이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성과가 확인된 곳은 오프라인이었다. 스타필드는 주요 지역에서 집객력을 유지했고 트레이더스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최근 리뉴얼한 이마트 점포들도 객수와 매출이 늘고 있다.
SSG닷컴의 물류 전략마저 다시 기존 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직접 온라인 물류망을 확대하기보다 이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CJ대한통운에 물류센터를 넘기는 등 외부 협력을 늘리는 방향이다.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온라인 전용 인프라에 자본을 투입했지만, 결국 다시 활용하게 된 것은 이마트가 원래 갖고 있던 점포망이다. 온라인에 투입한 수조원의 자본을 스타필드나 점포 경쟁력 강화에 사용했다면 투자성과가 달랐을 것이란 기회비용 논란이 남는 배경이다.
신세계, 백화점 잘나갈 때 7년 낭비…4436억 내고 다시 프리미엄
정유경 회장이 받아든 계산서는 다르다. 신세계는 2019년 백화점 온라인 사업인 신세계몰을 SSG닷컴에 합쳤다.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상품과 이마트의 고객·물류를 결합하면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후에도 백화점 시장은 예상보다 강했다. 명품과 패션, 식음료, 공간 경험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소비가 확대되면서 신세계백화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온라인 신세계몰은 식품과 생필품, 장보기까지 함께 판매하는 SSG닷컴이라는 종합 플랫폼 안에서 운영됐다. 오프라인 신세계백화점이 프리미엄 색깔을 강화하는 동안 온라인에서는 신세계몰만의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년 뒤 내놓은 해법은 사실상 출발점에 가깝다. 신설 신세계몰은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중심의 '프리미엄 이커머스 플랫폼'을 다시 내세웠다. 통합 전 신세계몰이 갖고 있던 강점을 독립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현금 부담도 남았다. 신세계는 FI 지분 정리에 4436억원을 투입했다. SSG닷컴 지분 취득대금인 만큼 이를 곧바로 손실로 볼 수는 없지만 계열분리를 위해 외부주주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갔다.
금액보다 계산하기 어려운 것은 7년의 시간이다. 백화점이 성장한 기간 동안 신세계몰도 독립적인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키웠다면 현재 어떤 기업가치를 갖고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추가 현금을 부담한 뒤 다시 7년 전 전략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점이 신세계에 가장 아픈 대목으로 남는다.
FI는 회수하고 떠났다…엇갈린 전통 유통사의 선택
SSG닷컴은 신세계그룹만의 사례가 아니다. 쿠팡의 등장 이후 전통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대응한 방식과 결과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롯데도 계열사 온라인몰을 롯데ON으로 통합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비교적 일찍 전략을 수정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자본 투입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먼저 손을 뗀 것이 다행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쿠팡과 같은 종합 이커머스 사업자와 물류·가격으로 정면승부하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더현대 서울을 비롯한 백화점과 오프라인 공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이후에도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차별화된 오프라인 포맷은 예상보다 강한 경쟁력을 유지했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과거 온라인에 투입한 자본을 잘하는 오프라인에 사용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분할로 모든 작업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인적분할 직후 이마트와 신세계는 SSG닷컴과 신세계몰 지분을 각각 65.1%, 34.9%씩 보유한다. 향후 계열분리를 위해 가치평가를 거쳐 지분교환이나 매매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2019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자 잘하는 것을 하나로 합쳐야 쿠팡과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7년 뒤에는 다시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사이 FI들은 유통업에 손을 떼고 투자금을 전부 회수했다. 시장에서 SSG닷컴의 사례는 남매 계열분리를 넘어, 전통 유통사가 온라인 강자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입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성적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