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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6~7년전 진행했던 투자 대상의 지분들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 한동안 자율주행, 카셰어링 등 신사업 분야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했던 현대차그룹은 주목도가 떨어진 사업을 정리함과 동시에, 기술의 내재화와 고도화에 보다 힘을 쏟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와 올해 상반기에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계열사 모션의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모션은 지난 2019년 현대차와 기아가 공동으로 출자해 자본금 200억원으로 출발한 법인이다.
회사 설립을 전후로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이란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모션 역시 모빌리티(Mobility)와 오션(Ocean)의 합성어인 사명과 같이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함에 있어 경계를 두지 않고 확장하겠단 의미로 출범해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야심찬 출발과는 달리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사업초기 렌터카 사업자를 대상으로 차량 통합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시작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왔다. 신사업으로 추진한 카셰어링은 일반 소비자에 선보이기도 전에 접어야 했다. 그룹사에 매출 의존도는 97%에 육박했지만 수익은 나지 않았다.
결국 모션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출범한지 7년 만에 최종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은 2019년 모빌리티서비스 운영을 위해 모션을 설립했으나 수익성 확보 한계 등에 직면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여 회사를 청산하게 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미국의 자율주행 업체 오로라(Aurora innovation)의 지분도 모두 정리했다. 자율주행차량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를 단행한지 약 7년만이다.
오로라는 2017년 구글과 테슬라, 우버 등에서 자율주행차 기술을 주도한 핵심 인물들이 설립한 회사다. 자율주행 솔루션 분야에선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각광받았다. 정의선 회장은 2018년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오로라 CEO와 기술협력 계획을 발표했고, 2019년 현대차가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양사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2019년 오로라의 투자는 변화한 현대차그룹의 M&A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지분 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현대차그룹 밖 다른 기업들과 관계를 맺는데 보수적이었던 현대차그룹은 오로라의 투자 이후, 얼라이벌(영국 전기차), 올라(인도 차량공유), 리막(크로아티아 전기차), 딥그린트(중국 안면인식)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소수 지분 투자를 추가로 이어갔다.
사실 오로라에 대한 투자 성적표는 숫자만으로 논하긴 어렵다. 오로라는 현대차의 지분 투자 이후에도 해마다 조(兆) 단위 손실을 기록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수년에 걸쳐 수 백억원의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왔다. 다만 최초 오로라와 함께 수소전기차 넥쏘를 협력 차량으로 선정했고, 자율주행 시스템 오로라 드라이버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기술 협력을 통해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내재화한 건 소기의 성과로 기록될 여지가 있다.
오로라의 지분 매각은 현대차그룹의 기술 독립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은 현재 AVP본부와 포티투탓 그리고 앱티브와의 합작법인인 모셔널 등 크게 두개의 축이 자리잡은 상태다.
포티투닷은 지난해 내홍을 겪은 이후 엔비디아에서 박민우 사장을 영입해 조직을 재건 중이다. 박민우 포티투닷 대표가 본부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AVP본부는 새로운 그룹의 중추로 부상하며 각종 인력들을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기술 개발과 실증사업은 모셔널이 담당하고 있는데, 회사는 연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자율주행, 전기차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술의 내재화 및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소규모 M&A와 지분투자는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신 2017~2019년에 집중됐던 지분 투자 건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로라 투자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 단행된 수십 여건의 투자를 이끌었던 조직(전략기술본부)는 통폐합 된 지 오래고, 해당 사업을 이끌었던 무게감 있는 인사들도 일찌감치 회사를 떠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6~7년전 단행했던 투자 가운데 여전히 2~3%내외의 지분을 보유한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차량공유와 같은 이미 주목도가 떨어진 사업들을 시작으로 비주력 사업군의 지분을 정리함과 동시에, 반도체·배터리 등 보다 무게감이 있는 사업분야에 투자 대상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