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에 질린 돈, 미국으로 갔다…서학개미 ETF 쫓는 운용사
입력 2026.08.28 07:00

7월 급락 뒤 '박스피' 고착…ETF 자금은 다시 미국 등 해외로
S&P500·나스닥 4종에 한 달 새 2.7조…운용사도 美테마 확대
반도체·美채권 혼합형 상품까지…"하반기 화두는 변동성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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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7월 급락 이후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돈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변동성과 하락장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 우상향'을 찾아 다시금 미국 대표지수와 기술주 ETF로 자금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해외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며, 운용사들의 상품 전략도 미국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해외 테마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해외자산 ETF로 순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수 조원대 자금이 몰렸다.

    최근 한 달간 ETF 자금 순유입 상위권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상품 4개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품에만 약 2조7600억원이 유입됐다.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피해 미국 시장으로 투자처를 분산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운용사들도 이런 자금 흐름에 맞춰 해외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4일 ARM과 AMD, 인텔 등 미국 CPU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미국CPU반도체TOP10'을 상장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지난달 미국 AI 인프라의 광통신 기업에 집중하는 'HANARO 미국AI광통신TOP10'을 내놨다. 국내 반도체 중심이던 상품 경쟁이 미국 AI·테크 밸류체인으로 세분화되는 흐름이다.

    국내 주도주를 가져가면서 해외자산을 결합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권혼합50'의 표준코드를 부여받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채권을 결합한다는 점은 기존 상품들과 비슷하지만 국내 국채나 단기채 대신 미국채권을 활용하는 구조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과 테마를 집중적으로 담아 상승장에 올라타는 상품이 경쟁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급락을 거치면서 특정 종목과 국내 증시에 대한 노출을 그대로 가져가는 데 대한 부담도 커졌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급락 과정에서 5000선까지 밀린 뒤 31일 하루에만 17% 넘게 오르며 6500선을 회복했다. 이후에도 6200선까지 내려갔다가 6900선 안팎까지 반등하는 등 방향성 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급락장에서 훼손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움직임에 지수 전체가 좌우되고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과 본전 매물이 출회되면서 상승 흐름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도 반복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주도주를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해외지수나 미국채권 등을 조합해 수익원과 위험을 분산하려는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해외자산을 섞는다고 변동성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술주 역시 AI 투자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논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미국채권도 금리와 환율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이에 운용업계의 상품 개발 초점도 단순히 국내나 미국 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 위험을 분산할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급락 이후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은 분명하고 실제 자금도 미국 대표지수나 해외 테마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국내 주식형 상품만 계속 내놓기는 어려워진 만큼 미국 지수와 AI·테크 등 해외자산을 활용한 상품 경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