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사모신용 경고등…국내 투자금 56조, 보험사가 최대 변수
입력 2026.08.27 16:40

27일 한신평·무디스, 웹세미나 개최
"직접적인 시스템 리스크 크지 않아"
"APAC 사모신용 시장, 미국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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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을 둘러싼 경계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과 기관투자자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도 56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시장 전체로의 충격 전이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개별 금융회사별 건전성 부담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가 공동 개최한 웹세미나에서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2026년 2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과 주요 연기금, 공제회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는 56조원"이라며 "금융권이 31조원, 연기금 등이 25조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전체 투자 잔액은 2023년 말 41조원에서 약 2년여 만에 15조원 늘었다. 금융권 가운데서는 보험사의 익스포저가 가장 컸다. 보험사가 전체 금융권 사모대출 투자액의 약 67%를 차지했고, 상호금융과 증권사, 은행이 뒤를 이었다.

    다만 전체 금융시스템 차원의 직접적인 시스템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금융권 총자산에서 해외 사모대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4%, 연기금·공제회 등의 운용자산 대비 비중은 약 1.2% 수준이다. 보험업권 역시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총자산 대비 비중은 약 1.5%에 그친다.

    한신평은 15개 생보사와 보험사를 대상으로 사모신용 투자자산 가격이 최대 30%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평균적인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지만, 일부 보험사는 K-ICS 비율이 약 10%포인트 변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연구위원은 "업권 전체에 대한 시스템 부담은 제한적이지만 익스포저 대비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는 별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모신용의 구조적 취약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차주의 부실과 사기 대출 사례가 발생한 데다 비상장 대출자산의 가치평가 투명성, 준유동성 펀드의 환매 부담, 펀드와 차주에 걸친 다층적 레버리지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리테일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을 중심으로 환매 요청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불일치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장기 대출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일정 주기로 환매를 허용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펀드의 현금 확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사모신용 시장의 부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부실 사례가 시장 전반의 동시다발적인 신용 악화보다는 개별 차주나 사업 모델에 따른 신용 이벤트 성격이 강하고, 은행의 직접 익스포저도 아직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사모신용 시장이 장기 투자자금을 기반으로 형성된 점도 차이로 꼽힌다. 준유동성 펀드의 환매 제한은 유동성 불일치 위험을 낳을 수 있지만, 반대로 급격한 펀드런을 막는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아시아태평양(APAC) 사모신용 시장의 경우 미국 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대규모 기관투자자와 사모펀드 스폰서 중심의 시장이라면 APAC에서는 은행이 자본 규제나 익스포저 한도 등으로 자금 공급을 줄인 영역을 사모신용이 메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션 헝(Sean Hung) 무디스 금융기관 담당 연구원은 "APAC 사모신용 시장은 단순히 미국 시장의 축소판이나 초기 단계 시장이 아니다"라며 "은행이 선별적으로 대출하거나 장기, 맞춤형 자금 공급이 어려운 영역에서 사모신용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사모신용 시장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 직접·간접 경로를 통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직접적인 투자 손실은 익스포저 규모를 고려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이나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