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 전월세 '흔들'…글로벌 운용사들, 임대주택 장기투자에 베팅
입력 2026.08.31 07:00

9·7 대책 LTV 0%에 외국계 한때 투자 관망
공급 부족·월세화 지속에 장기자금 다시 움직여
단기 매각 펀드에서 장기 운용 펀드로 손바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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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서울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운용사들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7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던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도 최근 투자 검토를 재개하는 분위기다. 당장의 규제 부담보다 전세의 월세화와 주택 공급 부족에서 비롯될 임대주택 시장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PE는 KKR이 매각을 추진 중인 국내 임대주택 자산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기업형 임대주택 '위브스위트 선유 파크사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손바뀜을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개발을 통해 자산가치를 높인 단기 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자리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리는 장기 펀드가 들어오는 구조다. 

    KKR은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하며 가치상승(밸류애드) 및 기회주의(오퍼튜니스틱)형 펀드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지나 기존 자산을 개발·리모델링해 가치를 높인 뒤 비교적 단기간에 매각해 내부수익률(IRR)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안정화된 자산에서 장기간 임대수익을 얻는 코어 전략을 구사한다. KKR과 같은 개발자금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에 장기자본이 자산을 넘겨받는 구조다.

    이처럼 한국 임대주택을 장기 투자처로 보는 움직임은 다른 글로벌 기관투자가로도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티시먼스파이어는 지난 6월 한국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코리아 리빙 벤처(KLV)'의 1차 자금 모집에서 3억달러(약 4200억원)의 자기자본(에쿼티)을 확보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자금을 운용하는 APG와 바우인베스트가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 최종 목표 에쿼티는 약 4억달러로, 차입을 포함하면 8억달러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도 한국 임대주택 시장의 장기 성장성이다. KLV는 서울과 수도권의 기존 임대주택을 매입해 가치를 높이는 한편 일부 개발사업에도 투자한다. APG는 한국 임대주택의 인구구조 변화와 임대수요 증가를 장기 성장 요인으로 꼽으며 향후 KLV를 개방형(오픈엔드) 코어 투자기구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열어뒀다.

    삼정KPMG에 따르면 이외에도 M&G리얼에스테이트, 하인즈, 그레이스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인베스코 등 글로벌 자본이 한국 임대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의 투자 움직임은 지난해 9·7 대책 이후 한동안 주춤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당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제한했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경우 해당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자기자본 부담이 크게 늘었다. 다만 신규 주택을 건설해 해당 주택을 담보로 최초 취급하는 대출 등에는 예외를 뒀다.

    최근 분위기가 다시 달라진 데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에도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당장의 규제 부담보다 월세 전환과 공급 부족에 따른 국내 임대주택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원을 넘어서며 1년 새 5000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처음 절반을 넘어선 데 이어 6월 55.4%까지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7월 162만원으로 처음 160만원을 넘어섰다. 단순 환산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부담이 연간 200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자금 여력이 풍부한 기관에는 오히려 투자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투자비용은 늘었지만 코어펀드나 글로벌 연기금은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9·7 대책 이후 한동안 관망하던 곳들도 최근에는 규제를 감수하더라도 한국 임대주택의 성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 다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장기 코어펀드는 펀드 자체의 요구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자기자본 비중을 크게 높여도 투자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도 가세할 조짐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임대주택을 대체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장기자금에 국내 기관까지 뛰어들 경우 임대주택 시장의 자산 확보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