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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너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선 중견기업들이 인수합병(M&A) 관련 인력을 잇달아 찾고 있다. 신사업과 중장기 전략을 맡은 차세대 경영진이 외부 전문기관에 기대던 투자 검토 기능을 회사 내부에 갖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견기업의 M&A가 필요할 때 외부에 맡기는 일회성 프로젝트에서 차세대 경영진이 상시적으로 챙기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곳은 국내 제약사 보령이다. 보령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전략조직인 CHQ(Corporate Headquarters)에서 포트폴리오 관리 파트장과 기업구조 담당 매니저 등을 모집하고 있다. 신규 투자 검토와 기존 투자자산 관리와 회수 전략 등을 담당하는 자리다. 보령은 그동안 필요에 따라 기존 인력이 투자 검토와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채용은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가 주도해 온 우주 헬스케어 사업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보령은 지난 2022년 미국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사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 지난 2024년 달 착륙선 개발사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본업 밖에서 집행한 투자자산이 누적되면서 관리와 후속 투자 여부 등을 결정할 상시 조직을 갖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코스맥스도 경영기획팀에서 M&A 관련 경력 4~10년의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주요 업무에는 해외 진출 로드맵과 신규 사업모델 구축뿐 아니라 전략적 사업 제휴, 지분투자 및 M&A 주도가 포함됐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말 오너 2세인 이병만·이병주 대표를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역할 분담을 구체화했다. 이병만 부회장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담당하고, 이병주 부회장은 지주사 차원의 중장기 전략과 신사업, 전략적 투자 및 M&A를 총괄한다. 오너 2세 체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사업회사 경영기획 조직에서도 M&A 경험자를 찾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양식품그룹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도 최근 '전략 M&A' 경력자를 채용했다. 국내외 투자 대상 발굴을 시작으로 주식매매계약(SPA) 협상과 인수 후 통합(PMI)까지 관리하는 자리다.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무가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헬스케어와 해외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가운데, 신사업을 뒷받침할 투자 역량도 내부에 갖추려는 행보로 평가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중견기업이 자체 투자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사업 운영에 무게를 뒀던 창업세대와 달리 경영 전면에 나선 2·3세는 자신이 주도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들어온 투자 제안을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산업과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세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PEF 운용역은 "최근 중견기업들에서 사람을 직접 뽑아 투자와 실사를 해보겠다는 곳이 눈에 띈다"며 "외부 기관에 맡기느니 차라리 우리가 직접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1세보다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2·3세가 투자팀을 세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PE·IB 인력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내 중소형 하우스의 경우 보수 수준이 글로벌 운용사만큼 높지 않은 만큼 기업과 보상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나은 워라밸도 장점으로 꼽힌다.
젊은 오너와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며 그룹 내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PEF 관계자는 "기업 M&A팀은 PE보다 워라밸이 낫고, 젊은 2·3세와 직접 일할 기회가 있다는 점 때문에 제안을 진지하게 보는 사람이 있다"며 "성과를 인정받으면 그룹 안에서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M&A 조직은 일반적인 투자팀보다는 차세대 오너를 보좌하는 전략기획 조직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의 방향과 존속 여부가 오너의 관심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사업에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경영진의 관심이 다른 분야로 옮겨가면 투자 방향이 바뀌거나 조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앞선 관계자는 "2·3세를 위한 M&A 조직은 일반 투자회사보다 오너를 보좌하는 전략팀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며 "투자수익에 따른 인센티브도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신사업에 의욕을 보이다가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투자 방향이 바뀌거나 조직이 축소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