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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그룹은 여전히 미완(未完)의 거버넌스에 발목이 묶여 있다. 5년에 걸친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는 올해 가까스로 해결이 됐지만,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둘러싼 지배구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어떤 방식로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아직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책 발표와 그 이후의 투자자들 반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삼성그룹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조원이 넘는 주주환원책을 제시했음에도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배당을 제외한 80조원의 재원을 언제, 어떤 식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줄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고, "회사에 쌓인 막대한 현금이 그룹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새어 나왔다.
삼성그룹 거버넌스의 취약함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외부의 공세로 증명된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FCP)은 삼성그룹 5곳의 계열사에 에스원 지분(20.6%) 매각을 제안했다. FCP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 실제로 경영을 할 의지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FCP의 인수 제안이 받아들여 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FCP의 공세와는 별개로 에스원의 상황은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보안 업계 1위란 에스원의 자리는 해마다 점유율을 경신하고 있는 SK쉴더스에 위협받고 있다. 회사는 100분기 넘는 기간 동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대규모 투자와 사업의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이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원이 차지하는 그룹 내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부정하긴 어렵다.
그룹은 지난해 말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거친 '전략통' 정해린 사장을 CEO로 배치했지만, 정 사장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증명하진 못했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에스원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명쾌하지 않은 주주환원 정책은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의 연결기준 유동성자산은 약 1조2677억원이다. 직접 보유한 현금만 2120억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이 6760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3조1000억원)에 약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향한 외부의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은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로부터 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받고 최근까지도 분쟁을 이어왔다. 뒤이어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 화이트박스(Whitebox Advisors),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City of London Investment Management) 등 외국계 투자자들 역시 삼성물산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투자자들의 논리는 대부분 유사하다. 기업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경영진 의사 결정 과정의 합리성 ▲자본 배분의 적정성 ▲미흡한 환원책에 대한 문제를 거론했다.
삼성그룹엔 풀어내지 못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책이 제시될 때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대한 요구가 빗발 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대주주 금산분리 법안과 얽혀 있는 문제가 거론될 여지가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동시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구조 역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이재용 회장이 신경 써야 할 대상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재계를 뒤흔들었던 삼성전자의 노조 이슈는 전 계열사로 확장할 조짐이 나타난다. 삼성전자가 돈을 잘 버는 만큼 정부에서 바라는 투자와 고용에 대한 눈높이 또한 높아지고 있다. 주주들 역시 돈을 언제 풀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차 있는데, 그룹 지배구조 이슈에 묶여 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물산에서 시작해 에스원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 계열사를 향한 외부의 투자자들의 공격 대상은 늘어나고 있다. "배터리 회사, 금융회사가 굳이 보안회사 지분을 보유할 유인이 있느냐"는 질문과 같이 정교한 논리를 앞세운 공세가 늘어날 개연성도 결코 적지 않다. 노조와 정부, 주주와 외부 투자자들에 이르기까지 전선(戰線)이 점점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방어 논리를 세워야하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는 앞으로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