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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과 SK그룹이 각각 사업 구조조정과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을 발판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축소에, SK그룹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현금 창출력 확대에 기대고 있다.
롯데그룹은 부채성 자금조달과 계열 지원 부담이, SK그룹은 에너지 사업의 높은 재무 부담이 각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기업평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R 그룹분석 웹세미나'를 개최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투자 기조를 보수적으로 전환하고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최근 5년 평균 자본적지출(CAPEX)은 약 4조8000억원 규모였지만 2024년 이후 투자 규모는 감소하는 흐름이다.
그룹의 핵심 부담인 롯데케미칼도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산과 여수 NCC 설비를 합작법인으로 이관하고 생산능력 조정과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구조조정의 성과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차입금이 줄어든 것만으로 재무 부담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지표 관리를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부채성 자금조달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들 조달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약 2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4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최초 콜옵션 행사 시점의 상환 부담이 존재한다. PRS 역시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초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정산 의무가 남는다.
김미희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롯데그룹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외형보다는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재무 부담의 형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차입금 감소가 상당 부분 부채성 자본 조달로 대체된 점은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라고 말했다.
계열 지원과 신사업 투자도 향후 재무 부담을 좌우할 변수다. 주요 계열사들은 롯데건설에 대여와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와 해외 개발사업 등 신규 사업 투자 역시 앞으로 상당한 자금 소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는 "아직 재무 부담의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고 바뀌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신사업 투자와 계열 지원이 그룹의 가용 재원 범위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AI 시장 성장에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반도체가 그룹 전체의 실적과 현금 창출력을 견인하고 있다.
SK그룹은 반도체 호황과 자산 매각에 힘입어 차입 부담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109조원, 순차입금은 43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각각 11조원, 33조원 감소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순차입금도 약 22조원까지 축소됐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에너지 계열사를 재편하고 SK㈜와 SK에코플랜트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현수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강력한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이 그룹 전체의 외형 확대와 영업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며 "리밸런싱과 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그룹의 재무 부담과 신용 위험이 상당 수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SK 역시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의 현금 창출력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EBITDA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76%에서 지난해 87%로 상승했다.
하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현금 창출 구조가 더욱 심화됐다"며 "반도체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낮고 재무 부담이 높은 에너지 사업 부문은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 제고를 통해 재무 부담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성 자금조달 증가도 부담이다. SK그룹의 TRS와 PRS, 신종자본증권 등을 포함한 부채성 자본 조달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약 14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19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약 17조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그룹의 원활환 차환 이력과 차환 가능성을 감안하면 상환 부담이 단기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러한 조달 수단은 구조적으로 금융 부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회계 기준 변경이나 금융 시장 경색 등으로 차관 환경이 급격히 저하되는 부분에서 신용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