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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두고 투자자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신주 예정발행가(132만 2000원)와 발표 직전 주가 간 격차는 컸지만, 발표 직후 주가가 밀리면서 투자 매력으로 꼽히던 할인 효과가 반감되면서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시장가격 대비 15%의 할인율'로 자금을 조달해 '적자를 기록 중인 외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할인율이 다소 아쉽다는 첫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인수 효과 등 중장기 주가 방향성을 두고 계산이 분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3조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227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4629만여주의 4.904% 수준이다. 예정발행가는 주당 132만2000원으로 할인율 15%가 적용됐다.
주가 하락에 줄어든 할인 폭…신주 매력도 주가에 달려
유상증자 발표 직전인 2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가는 159만 4000원으로, 예정발행가는 이보다 약 17%(27만2000원) 낮았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는 장중 148만1000원까지 밀리는 등 7% 넘게 하락했다. 주가를 150만원 안팎으로 놓고 보면 예정발행가와의 가격 차이는 약 17만원으로 줄어든다. 유상증자 발표 하루 만에 신주와 본주의 가격 차이가 10만원가량 축소된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적용된 할인율 15%도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 사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15%의 할인율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적용한 할인율이다.
올해 자금을 조달한 SKC와 한화솔루션은 각각 2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작년 대비 현재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입 이후 상장 전까지 주가 변동성 리스크를 감안해 좀 더 할인율을 높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주 발행 규모를 기존 주식의 4.904% 수준으로 제한했다. 신주 발행 물량을 줄여 지분 희석과 물량 부담을 낮추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본주 가격이 하락하면 구주주에게 배정되는 신주인수권(1주당 0.0392주)의 장내 거래 가치도 함께 떨어진다. 132만2000원이라는 예정발행가 자체보다, 향후 본주가 청약 시점까지 얼마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해주느냐가 신주 및 신주인수권의 투자 매력을 좌우하게 된다.
자체 유동성 충분한데… 예상 뛰어넘은 3조 원 증자 부담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컸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약 2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반기 잉여현금흐름(FCF)도 1조5576억원에 달한다.
자체 유동성만으로도 2조7000억원 규모의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었던 만큼, 3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은 주주들에게 부담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이러한 주주 부담을 인지하고 있음을 밝히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제2바이오캠퍼스 개발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주 구성은 유상증자 흥행 측면에서 안전판으로 꼽힌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74%를 웃돌고, 신주 발행량의 20%(45만 4000주)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다.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를 전제로 하면 외부 투자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실질 자금은 6000억원대로 크지 않은 구조다.
한편 증권가 입장에서 이번 유증은 모처럼 찾아온 대형 ECM 딜이다. 신한·NH·한국·KB증권 등 4개사가 공동대표주관사를 맡고 삼성증권이 모집주선으로 참여하는 등 대형사가 총출동했다.
다만 3조원에 달하는 딜 규모와는 달리 수수료는 '짠물'에 가깝가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유상증자의 주관주선수수료로 90억원을 배정했다. 공동대표주관회사 4곳은 모집총액의 0.25%(25bp)인 75억원을 인수 수수료로 받는다. 신한·NH가 각각 22억원, 한국·KB가 각각 15억원 수준이다. 계열사 이슈로 인수에 나설 수 없어 모집주선사로 참여하는 삼성증권이 정액으로 15억원을 배정받았다.
보통 1000억원 이상 대형 공모 유상증자의 평균 인수수수료율이 1% 안팎이고, 1조원 이상 거래의 경우 0.5~0.8% 수준에서 수수료율이 결정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수료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비중이 높아 공모 물량 절반 이상을 그룹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만큼, 외부 공모에 따르는 실질적인 리스크는 모집 규모 대비 적다"며 "이런 부분을 감안해 책정한 수수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모멘텀 관망하는 증권가… "신규 수주가 반전 열쇠"
증권가에서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부담 요인이 있다고 본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이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인수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CDMO 업종의 밸류에이션 하락과 최근 수주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질적인 주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신규 대형 수주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의 주가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3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2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올해 130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로 커진 가운데, M&A를 통해 핵심 원료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폴리펩타이드그룹이 매출의 20~30%를 지속적으로 설비투자(CAPEX)에 쏟아붓고 있고, 이에 따른 금융비용이 그간 적자의 원인이었던만큼 로직스 장부에 반영되는 수익 시너지는 생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