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비껴간 금융당국…ETF 책임론은 오히려 확산
입력 2026.08.31 10:00

김용범 유임·이억원도 잔류…경질·영전설 모두 빗나가
경제사령탑 교체에 금융라인 후속 인사 촉각
여야 ETF 책임론 확산…거취 변수로 부상

  • 정부가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으나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번 개각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각 직전까지 금융권에서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경질설부터 경제부총리 이동설까지 엇갈린 관측이 이어진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해 이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개각과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야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 금융라인의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책임론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개각 당일에도 금융 수장들의 사퇴 요구가 분출한 만큼, 이번 인사를 단순한 '재신임'으로 볼 수 있을지, 향후 원포인트 후속 인사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를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중폭 개각이 단행되면서, 잔류한 경제·금융 라인의 후속 인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이형일 현 재정경제부 1차관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총 6개 부처 장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정책라인 핵심 수장들은 일단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사령탑이 교체된 데다 정치권의 '레버리지 ETF' 책임론 압박이 여전한 만큼, 추가적인 인적 쇄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이 현재까지 후속 인사를 공식화한 단계는 아니다.

    이번 개각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당국 인사 여부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주범이자 투자자들의 손실 폭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품 도입을 추진한 정책라인과 이를 제도화하고 감독한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김 실장보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김 실장이 한·미 투자협상 등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과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인사인 만큼 ETF 사태만으로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인적 쇄신이 현실화할 경우 이억원 금융위원장이나 이찬진 금감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 쪽에서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용범 실장은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인사라는 평가가 많아 ETF 논란에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며 "책임을 묻는 인사가 이뤄진다면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 쪽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그러나 개각이 임박하면서 정반대의 인선 시나리오가 부상했다. 이 위원장이 물러나는 대신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당국 책임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영전'설이 도는 것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어색하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에 개각 직전 쏟아진 하마평 대부분이 근거가 불분명한 '설'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번 개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경질도, 경제부총리 이동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복지부 장관 이동설이 제기됐던 이 원장과 김 실장 역시 이번 인사에서는 거취에 변화가 없었다. 당장은 기존 경제·금융라인이 자리를 지키며 ETF 사태 수습을 이어가는 구도가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ETF를 둘러싼 책임론은 오히려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여권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 관여한 인사들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이어 야권에서는 관련 인사들의 사퇴와 국정조사 요구까지 제기됐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일정 부분의 책임이 필요하다"며 "그냥 넘어가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관련 인사들의 거취를 직접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각이 단행된 30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김용범 실장과 이억원 위원장, 이찬진 원장을 이른바 'ETF 국민피해 3인방'으로 지목하며 자진 사퇴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이번 개각 명단에서 제외된 당일에도 이들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론이 이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ETF 제도 도입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와 위험성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규제 완화 과정에서 필요한 검토를 거쳐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해왔다. 

    관건은 이번 개각 이후 경제·금융라인의 후속 인사가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다. 현재 추가 인선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사령탑이 교체된 만큼 대통령실 정책라인과 금융당국까지 추가 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ETF 책임론이 정치권에서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향후 후속 인사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의 거취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영전도, 책임을 묻는 인사도 아닌 기존 수장들이 그대로 남아 사태를 수습하는 그림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사에서 빠졌다는 것만으로 ETF 책임론까지 일단락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