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던' 비트코인, 어느새 1억…박스피 피해 金·코인으로
입력 2026.09.01 07:00

박스피 한 달 새 비트코인 20%·금 4%↑…개인도 금 ETF로
美 금·비트코인 ETF 5일간 70억弗…역대 최대 자금 유입
美부채 40조弗·약달러 겹쳐…글로벌 자금 '희소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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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7월 급락 이후 국내 증시가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금과 비트코인이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 달 새 20% 가까이 오르며 1억원선을 회복했고 국내 금 가격도 4% 넘게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미국의 재정 부담과 달러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금과 비트코인 ETF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은 1억700만원선에서 거래됐다. 한 달 전보다 2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이달 중순 8800만원선까지 밀렸지만 이후 가파르게 반등해 지난주 한때 1억1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도 7만77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1g 가격은 이날 오전 기준 19만5000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5% 가까이 올랐다. 이달 초 18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던 금값은 지난주 한때 20만8000원대까지 상승했었다.

    국내 증시와 비교하면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7월 기록적인 급락 이후 코스피는 6000선 중후반을 중심으로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전망에 따라 움직이면서 지수도 좀처럼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국내 주식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ETF 개인 순매수 순위를 보면 미국 대표지수와 반도체·커버드콜 등 주식 관련 상품이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한 가운데 ACE KRX금현물에도 745억원이 순유입됐다.

    절대적인 자금 유입 규모는 미국 대표지수 ETF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식 관련 상품이 대부분인 순매수 상위권에 금 현물 ETF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눈에 띈다. 7월 급락 이후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뿐 아니라 금 등 주식시장과 성격이 다른 자산으로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는 이런 자금 이동이 더 뚜렷하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5거래일 동안 미국 금·비트코인 ETF에는 총 7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5거래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셰어스(GLD)에 약 34억달러가 들어왔고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에서 박스피에 대한 피로감이 투자처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면 해외에서는 미국 재정과 달러 가치에 대한 불안이 금과 비트코인을 밀어 올리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국가부채는 8월 들어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높은 금리로 이자 비용까지 불어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자 시장에서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다시 부각됐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정부 부채와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법정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을 쉽게 늘리기 어려운 자산을 사들이는 전략이다. 금은 대표적인 희소자산이고 비트코인 역시 최대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최근 비슷한 투자 논리로 함께 주목받고 있다.

    달러 약세도 힘을 보탰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1대에서 이달 99대로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도 한때 1500원대를 웃돌았다가 최근 1370원대로 내려왔다. 달러 가치 하락과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법정화폐 대신 공급이 제한된 자산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다만 금과 비트코인을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금은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비트코인은 위험자산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최근 두 자산이 함께 오른 것 역시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기보다 약달러와 재정 우려라는 공통된 거시환경의 수혜를 함께 받은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금과 비트코인이 함께 오른 것은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진 가운데 달러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공급이 제한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약달러 흐름이 이어진다면 두 자산 모두 추가 상승 여력이 있지만, 금은 안전자산 수요가 가격을 받쳐줄 가능성이 큰 반면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큰 만큼 달러와 금리 움직임에 따라 조정 폭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