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아이브 잘나가는데…11조 몸값 못한다는 카카오엔터
입력 2026.09.01 07:00

SM 사상 최대·스타쉽 외형 성장에도 카카오엔터 '잠잠'
IPO 장기 표류…2대주주 인수금융도 힘겨운 만기 연장
신규 투자 줄이고 자회사 통합…확장보다 효율화에 무게
카카오X 출범 앞두고 대수술?…인적쇄신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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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기업가치와 경영 체제를 동시에 다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2023년 11조원을 웃도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기업공개(IPO)는 장기간 미뤄졌고,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상장을 통한 재무적투자자(FI) 회수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2대 주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카카오엔터 지분을 담보로 조달한 3100억원 규모 인수금융도 차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내년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회사를 인적분할하고 계열사 관리 체계를 다시 짠다. 카카오엔터 역시 자회사 통합과 비용 효율화에 나선 가운데, 내년 임기가 돌아오는 장윤중 공동대표의 거취를 포함한 인적 쇄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카카오엔터가 확보한 콘텐츠 자산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엔터 산하 스타쉽엔터테인먼트도 아이브 등의 흥행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26.3% 늘었다. 다만 후속 아티스트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올해도 아이브와 우즈 등이 월드투어에 나서고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활동이 이어진다. BH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숲, 킹콩바이스타쉽, VAST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제작·매니지먼트사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반면 카카오엔터 본체의 외형은 줄고 있다. 연결 매출은 2023년 1조8735억원에서 2024년 1조8128억원, 지난해 1조7384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620억원으로 전년 806억원보다 줄었다. 별도 매출 역시 지난해 1조1923억원까지 감소했다.

    SM엔터 등 관계기업의 실적은 지분법손익으로 반영될 뿐 카카오엔터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그대로 합산되지 않는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은 9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개별 IP와 레이블의 성과를 카카오엔터 본체의 외형 성장으로 연결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 콘텐츠 진영에서 SM엔터의 실적과 성과가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별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성과를 카카오엔터 전체 기업가치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도 비슷한 시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카카오엔터에 대해 SM엔터 인수 등을 통해 콘텐츠 밸류체인이 강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매출 외형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영업적자 이후 흑자로 돌아선 데에도 마케팅비 절감과 인력 충원 통제, 사업구조 개편 등 비용 효율화의 영향이 컸다고 봤다.

    실제 카카오엔터 내부에서도 확장보다는 정리에 가까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삼양씨앤씨와 인타임, 필연매니지먼트 등 웹툰·웹소설 콘텐츠제공사(CP) 3곳의 합병을 결정했다. 모두 카카오엔터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그룹 차원의 조직 재편 과정에서는 기존 카카오엔터 임원 상당수가 지난 인사에서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등 인적 구성도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투자와 외형 확대에 힘을 싣던 시기와 비교해 회사의 무게중심이 수익성과 효율성 관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3년 전 인정받은 11조원대 기업가치와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15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IPO는 FI의 주요 회수 경로 가운데 하나로 기대됐다.

    하지만 상장은 장기간 미뤄졌다. 그 사이 앵커PE의 금융 부담이 먼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앵커PE는 카카오엔터 지분을 담보로 조달한 약 31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두고 기존 대주단과 두 달가량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담보로 제공된 카카오엔터 보통주는 약 7.3%인데, 신규 리파이낸싱이나 일부 지분 매각 모두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실패할 경우 대주단의 담보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결국 시장이 보는 것은 카카오엔터의 지급능력보다는 FI의 회수 경로와 지분가치다. IPO가 늦어질수록 비상장 지분을 현금화할 시점은 멀어지고, 차환이나 지분 매각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다시 검증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영진 임기까지 맞물리는 분위기다. 카카오엔터는 2024년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후 권 대표가 사임했고, 올해 3월 고정희 전 카카오뱅크 AI그룹장이 신임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고 대표는 멜론과 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 사업과 AI 기반 서비스 혁신을, 장 대표는 뮤직·스토리·미디어 IP의 글로벌 확장과 신사업 발굴을 맡고 있다. 장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결산기 정기주주총회까지로 내년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카카오X 출범과 카카오엔터의 사업 효율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장 대표 임기 만료를 전후해 경영진 구성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카카오X 대표를 맡게 될 김도영 대표가 이미 지난 3월 카카오엔터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그룹 투자전략을 담당해온 인물이 카카오엔터 이사회에 먼저 들어온 뒤 카카오X를 이끌게 된 만큼, 향후 카카오엔터 역시 성장성뿐 아니라 투자수익률과 현금창출력, 자본효율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 측은 "IPO와 관련해서는 주주가치를 고려해 최적의 시점과 방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가적인 포트폴리오 재편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