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전분당 매각, '담합 후폭풍'에 시작부터 찬바람
입력 2026.09.01 07:00

티저 받아든 원매자들 초기 검토서 발 빼
7년간 가격 담합, 경쟁 재개 후 실적 하락 불가피
공장만 떼어오는 카브아웃…인수 후 독립 숙제
살 사람도, 되팔 곳도 제한적…회수 전략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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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제일제당이 추진하는 전분당 사업 매각이 초기 단계부터 원매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분당 4사의 장기간 가격 담합이 적발되면서 과거 실적을 정상적인 수익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생산시설 중심의 카브아웃과 제한적인 성장성도 부담으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전분당 사업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 뒤 매각하는 카브아웃 방식이 거론된다. 매도자 측은 해당 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약 300억원으로 제시하며 3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저레터 등 관련 자료를 받은 주요 FI들은 초기 단계에서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창출력 자체가 안정적이라는 매도자 측의 설명과 달리, 담합 종료 이후에도 과거 수준의 판매가격과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사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분·전분당 판매가격을 합의한 사실을 적발해 각 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에 담합 이전의 경쟁이 회복되는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다시 결정하도록 명령했으며,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도 보고하도록 했다. CJ제일제당에 부과된 과징금은 약 1029억원이다.

    원매자들은 과징금 자체보다 가격 경쟁 재개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의 가격 재결정 명령에 따라 판매가격과 마진이 줄어들 경우 기존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매도자 측이 제시한 EBITDA 300억원 역시 담합 기간의 가격과 마진을 바탕으로 산출됐다면 이를 그대로 기업가치 산정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 거래를 검토한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과징금은 한 번 내고 끝나는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담합 없이 경쟁이 재개된 뒤 수익성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가격 경쟁 가능성이 있는 데다 특별히 밸류업 할 요소도 보이지 않아 간단히 검토한 뒤 더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 대상이 독립된 회사가 아니라 CJ제일제당 내부 사업부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인수자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영업과 원료조달, 전산, 인사·재무 등 독립 운영에 필요한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관련 인력과 고객계약이 얼마나 승계되는지, 분할 이후 일정 기간 CJ제일제당의 경영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인수 후 운영비용과 실적 정상화 여부를 가를 변수다.

    PEF 운용사 입장에서 향후 회수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투자를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전분당 시장에서 대상·사조CPK·삼양사에 이은 4위 사업자다. 기존 경쟁사가 인수하면 주요 사업자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PEF가 인수하더라도 뚜렷한 밸류업 방안이 없다면 향후 매각할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또 다른 PEF 관계자는 "사업부 매각이라고는 하지만 자료를 봤을 때는 경영지원 조직 없이 사실상 공장 하나를 사오는 느낌에 가까웠다"며 "인수 이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까지 난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자가 눈높이를 낮추지 않거나 향후 실적을 고려한 구조 등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원매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CJ제일제당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서 "미래혁신 차원에서 여러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