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업 비율 단 0.003%'...공모주 찬바람에 기관들 '몸 사리기'
입력 2026.09.01 07:00

스카이랩스·기도산업 기관 락업 비율 0%대
7월 이후 상장사 10곳 중 9곳 공모가 하회
반도체 쏠림에 IPO 우선배정 유인도 약화
11월 코너스톤 시행 앞두고 안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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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의무보유확약(락업)을 외면하고 있다.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반복되자 기관들은 추가 물량을 배정받기보다 언제든 매도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락업을 걸면 배정에서 우대받을 수 있지만 공모주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이 같은 혜택도 유인책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스카이랩스의 신청수량 기준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0.17%에 그쳤다. 기도산업은 0.003%, 니어스랩은 1.26%에 불과했다. 25일 상장한 해치텍은 확약 비율이 15.08%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대부분 가장 짧은 15일 확약에 집중됐다. 3개월 확약 물량은 8000주에 불과했고 1개월과 6개월 확약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7월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10곳 가운데 수요예측 신청수량 기준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10%에 미달한 곳은 7곳이었다. 지난 5월 마키나락스의 확약 비율이 78%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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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규 상장주의 잇단 주가 부진이 기관들이 확약을 꺼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10곳 가운데 9곳의 주가가 지난 26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들 종목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단순 평균 -29.5%였고 상장 첫날부터 종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기업도 6곳에 달했다.

    증시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점도 공모주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제약하고 있다.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낮아진 데다 공모가격 부담도 이어지면서 기관이 자금을 묶어가며 물량을 받을 유인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기관의 장기보유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까지 30%였던 우선배정 비율은 올해부터 일반 기관 배정물량의 40%로 높아졌다. 확약 기간이 길수록 배정 과정에서 높은 가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바뀌면서 우선배정 혜택의 유인도 약해지고 있다. 최종 배정 단계에서 확약 기관에 물량을 집중해 확약 배정 비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기관 전반의 장기보유 수요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종 확약 배정물량이 기준에 미달하면 대표주관사는 전체 공모주식의 1%를 공모가격으로 추가 취득해 6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취득금액 상한은 30억원이다. 기관에 장기보유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대신 미달 부담을 주관사에 지우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주관사의 추가 취득 규모가 전체 공모물량의 1%에 불과해 기관의 투자 행태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격을 낮추거나 확약 기관에 배정 물량을 집중하는 것 외에는 주관사가 기관의 장기보유를 유도할 수단도 제한적이다.

    공모주 부진이 이어지며 오는 11월13일 시행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안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너스톤 제도는 6개월 이상 공모주를 보유하는 기관에 물량을 사전 배정해 안정적인 장기 투자자를 확보하는 제도다. 다만 공모주 시장이 계속 부진하면 기관이 장기간 자금을 묶을 유인이 약해져 투자 매력이 높은 일부 기업에만 코너스톤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이 좋고 상장 후 주가가 올라야 락업을 걸고 코너스톤 투자에도 참여한다"며 "시장이 무너지면 기관이 배정을 많이 받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