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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한화의 다음 스텝으로 옮겨지고 있다.
8월31일,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 2개사의 KAI 주식 취득 건을 승인했다. 한화그룹은 KAI 지분율 15%를 넘기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됐다. 이에 지난 8월 기업결합 신고에 나섰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승인을 받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간이심사 단계에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화가 현재 보유한 지분만으로는 KAI에 대한 지배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배관계가 인정돼야 경쟁제한성 여부를 따지는 일반심사로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
한화가 KAI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서 신고 의무는 발생했지만, 이번 심사는 현 지분 수준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이 형성됐는지'를 판단하는 데 그친 셈이다. 양사 결합이 수평·수직결합에 해당하는지, 방산·우주항공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향후 상황이 달라질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화가 KAI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한화 측 인사가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겸임하거나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 새로운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양사 간 지배관계와 경쟁제한성 여부를 따지는 본격적인 심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공정위 승인 이후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화그룹이 최대주주가 아닌 만큼 기업결합 심사는 기술적으로 넘을 수 있는 부분이란 평가가 있다"며 "관건은 한화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지, 이사회 진입에 나설지 여부"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이사회 진입이다.
한화는 앞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구체적인 경영권 행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 관련 행위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뒀다. 현재 2대 주주 지위에 있는 만큼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과거 전례도 있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 인수를 통해 KAI 지분 약 10%를 넘겨받았다. 당시 한화테크윈 재무실장을 KAI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현재보다 낮은 지분율에서도 이사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실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경우 상황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한화그룹의 주주권 행사 자체를 제한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화와 KAI는 방산 분야에서 협력 관계인 동시에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KAI 자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화 측 인사의 이사회 진입이 KAI의 중장기 경쟁력이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따져야 한다. 실제 이사 선임 과정에서는 판단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당장 KAI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점도 고려요인이다.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승인이 한화의 KAI 경영참여나 향후 경영권 확대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한화의 경영참여 정당성이나 양사 결합의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오는 2일 공정위 앞에서 승인 결정 재검토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 예정이다.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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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사회 진입과 별개로 한화 측이 장내에서 KAI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지도 관심이다.
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수은이 보유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넘겨 한화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과, KAI 지분이 공개경쟁입찰 형태로 시장에 나오는 방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한화 사이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다면 블록딜을 통해 필요한 지분만 넘겨받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현재 수은과 한화의 지분율 격차를 감안하면 약 10% 안팎의 지분만 추가로 확보해도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한화가 굳이 장내에서 지분을 더 사들여 자금 부담을 키울 필요는 크지 않다.
공개경쟁입찰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향후 다른 원매자와의 경쟁에 대비해 한화가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둘 유인이 커질 수 있다. KAI 주가가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조정을 받은 점도 추가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한화가 지분을 더 사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은이 공적 금융기관인 만큼 KAI 지분을 특정 기업에 블록딜로 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다. 가격 적정성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KAI는 국내 군용 항공기 생산을 맡는 핵심 방산기업이다. 매각에 나선다면 최대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특정 기업에 지분을 넘길 경우 해당 가격이 최선이었는지를 입증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자로 정한 뒤 다른 원매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택한 전례가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이었다. 우량 자산인 KAI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에 수은이 KAI 지분을 정리한다면, 공개매각절차를 거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된다.
한 증권가 방산업 연구원은 "이번 승인에 따라 KAI 지분을 장내에서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에도 나쁘지 않은 게 방위산업은 지금 현금을 잘 쓰는 기업이 주가가 더 잘 갈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하게 워낙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자금 여력이 있다면 투자에 나서는 것이 맞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승인을 계기로 한화그룹의 KAI 인수를 가정한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빠르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어느 계열사를 통해 KAI를 편입할지도 관심사다.
앞선 연구원은 "KAI를 인수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에 둘지, 한화시스템 아래에 둘지도 관심사"라며 "자금 조달 여력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PRS 방식으로 활용해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한 전례가 있고, 잔여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