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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지방이전 논의가 이어지면서 민간 금융회사들도 대관·정책협력 조직의 향후 운영 방식을 두고 셈법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서울을 떠날 경우 세종 등에 별도 사무공간을 마련하거나 일부 인력을 상주시키는 방안까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금융사 본점과 주요 사업부가 여전히 서울에 남는 만큼 대관 인력만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사 등의 대관·정책협력 조직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방이전을 가정한 대응 방안이 내부 대화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별도 조직이나 사무소 신설을 정식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당국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지금과 같은 서울 중심 대응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내려간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원래 지역에 사무소가 없는 회사에서도 지역에 거점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사의 경우 기존 영업점이나 사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대관·정책협력 조직 전체를 옮기기보다 소수 인력을 연락관 형태로 두거나 서울 인력이 주중 일부만 내려가 근무하는 방식이다. 5명 안팎인 대관조직을 가정하면 1~2명이 교대로 현지에 머무는 형태가 현실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회사별 온도차는 크다. 한 대형 금융사 대관 담당자는 "정무위원회나 금융 관련 상임위원회까지 세종으로 가게 되면 서울에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오가기 어려운 만큼 현지 사무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내부에서 해본 적은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사업부서에서 위치나 인력 배치를 검토하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관 인력만 따로 내려보내는 데 따른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당국이나 국회 대응은 대관조직 혼자 처리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감독·검사 현안은 준법·리스크·검사총괄 조직이, 개별 정책이나 규제는 해당 사업부가 함께 대응한다. 대부분의 현업 조직이 서울 본사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관 인력만 세종에 상주하면 내부 의사소통 과정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대관팀이 현지에 사무소를 둔다고 해도 대부분 사업부서와 같이 대응해야 하는데 사업부는 서울에 있다"며 "대관조직만 내려가 있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이전 여부를 두고는 셈법이 더 복잡하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보험·증권사 본점 상당수가 서울에 몰려 있는 만큼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현장검사와 금융회사 대응을 위한 서울 거점을 상당 부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세종으로 간다고 해도 검사를 하려면 결국 서울에 있는 금융회사 본점으로 올라와야 한다"며 "개별 금융회사가 모두 세종에 대응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금감원이 서울에 별도 사무소와 인력을 두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와 금감원 등의 지방이전 방안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지난 25일 금융위 등 일부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방안이 국무회의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관련 안건은 최종 상정되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국회에서 금융위·금감원의 지방이전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역시 정부가 추가 의견수렴을 거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대상과 지역 확정은 10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350여개 기관을 검토 대상으로 놓고 기관을 지역별로 집적·집중하는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따라 당장 조직개편에 나서기보다 금융위와 금감원 가운데 어느 기관이 실제로 이동하는지, 이전 이후 서울 기능을 얼마나 남기는지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은행처럼 전국 점포망을 보유한 회사와 별도 지역 거점이 많지 않은 증권·보험사 사이에서도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처럼 '미리 사무실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아직 심도 있게 논의할 단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더라도 금융권 전체가 곧바로 세종으로 이동하기보다는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이원화된 대관체계가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사 본사와 현업은 서울에 두고 정책당국이 있는 지역에는 소규모 연락기능만 두는 방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당국이 어디까지 내려가고 서울에 어떤 기능을 남기느냐가 정해져야 금융회사들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