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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들의 자본 여력이 커지면서 순자본비율(NCR)의 착시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 호황 속 종합투자계좌(IMA)가 자리 잡으면서 조달 여력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위험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개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각각 4151%, 4280%으로 규제 기준(100%)을 훌쩍 상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4~1.5배 뛰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1726%→2952%), KB증권(1809%→2214%), 삼성증권(1676%→2113%)도 나란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뒤 이를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증시 호황에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데다 종합투자계좌(IMA) 출시로 자본 조달 여력까지 커지면서, 이 비율이 큰 폭으로 뛰었다.
문제는 자본 건전성을 감시하려는 취지와 달리 자본만 늘어도 지표가 부풀려지는 착시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용순자본과 총위험액의 증가폭이 엇비슷했음에도 NCR은 46% 올랐다. 삼성증권은 총위험액 증가율(29%)이 영업용순자본 증가율(28%)보다 컸는데도 NCR은 2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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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애초 이 같은 산식은 2016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목표로 도입됐다.
대형 증권사의 자산과 레버리지 확대를 유도하고자 몸집 불리기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후 2020년 증권사 마진콜 사태로 제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작년 말 IMA 제도가 도입되면서 NCR의 왜곡 효과가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마진콜 사태는 코로나19로 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ELS) 등에 마진콜이 대거 발생한 때를 이른다. 당시 증권사들의 NCR이 규제기준을 대폭 상회했음에도 실제로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NCR이 위기 대응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거셌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제도 개편에 대한 정당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종투사에 한해 2016년 이전의 구 NCR 산식(영업용순자본/위험액)을 적용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종투사가 발행어음, IMA 등의 유사 수신업무를 맡게 된 점을 고려해 별도의 위험값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 금융당국은 여전히 구 NCR을 참고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IMA 수탁금에 대해 위험액 산정 특례를 받으려면 구 NCR 기준 150%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당국 스스로도 구 NCR을 더 신뢰할 만한 지표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발동 기준이 NCR 100%인데 대형 증권사는 4000%에 육박하는 상황이니 규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라며 "마진콜 사태는 한 번의 이벤트로 지나갔지만, 지금은 증시 호황에 IMA발 자본 급증이 겹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구 NCR을 적용할 경우 주요 증권사의 비율은 ▲한국투자증권 170% ▲미래에셋증권 167% ▲NH투자증권 168% ▲KB증권 192% ▲삼성증권 168% 등이다. 과거 규제 기준인 150%는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제도 개선에 따라 규제 기준이 수정될 수 있고, 여·수신 업무에 대한 위험값이 높게 설정될 경우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홍종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 NCR 비율이 착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자본비율 외에 유동성 비율 등은 악화했고, 레버리지가 커진 상황인데 건전성 비율이 좋아졌다는 건 지표로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NCR을 적용하더라도 규제 기준은 상회하지만 장기 추세에선 하락세인 점을 고려하면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