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외인·기관 전부 순매도...55조 자사주가 받치는 증시, 매입 끝나면?
입력 2026.09.02 10:45

외국인 8월 10조 순매도에도…삼전·하닉 자사주가 매물 흡수
현 속도면 10월 초·중순 조기 소진…55조 '확정 매수세' 사라져
다음 주자는 외국인…주춤한 반도체 이익 전망·FOMC가 수급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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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수급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까지 매도 우위를 보이는 날에도 두 회사가 장내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코스피가 장중 낙폭을 만회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확정 매수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매입 종료 후 찾아올 수급 공백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의 시선은 벌써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수급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로 향하고 있다. 국내 수급이 말라붙은 상황이라 결국 '외국인의 귀환'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란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각각 하루 200만주, 65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1월 21일까지 1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40조원을 투입해 2407만주를 사들인 뒤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최근 코스피 시장의 수급 변동성을 줄이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8월 한 달 기타법인은 코스피에서 약 11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8조5380억원, 삼성전자가 3조2680억원을 차지했다. 사실상 기타법인 순매수 대부분이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에서 발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약 9조9000억원에 달했으나, 두 회사의 자사주 매수세가 출회된 매물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장 초반 매도세가 집중되며 하락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 주문이 장중 시분할 방식으로 집행되면서 매물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어서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속에서도 두 종목의 주가가 일정 수준에서 지지되며 코스피 전체의 하단을 받쳐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매입 속도라면 당초 11월까지로 예정됐던 자사주 매입이 한 달 이상 일찍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하루 200만주씩 사들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속도를 유지한다면 추석 연휴 등 휴장일을 고려했을 때 오는 10월 8일께 예정 물량이 조기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매일 65만 주씩 매입 중인 SK하이닉스 역시 10월 16일께 2407만주를 모두 사들이게 된다.

    시장을 받쳐온 55조원 규모의 '확정 매수세'가 10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줄어들어 중순께 사실상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시선은 '자사주 방패'가 소진된 이후 수급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로 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귀환 여부를 핵심적인 변수로 꼽는다. 과거 증시 상승을 이끈 주축이었던 데다, 개인 자금의 유입세가 주춤해진 현 시점에서 외국인 외에는 수급 구원투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외국인이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속내를 보면 수급 전환의 여지는 충분하다. 매도가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됐을 뿐 유통·증권·방산·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는 이미 순매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20일 누적 기준 매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수급 개선에 무게를 실어준다.

    결국 관건은 외국인 자금이 이들 반도체 '투톱'으로 다시 돌아오느냐다. 그동안 국내 증시로 외국인을 이끌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반도체 실적 전망의 가파른 상향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익 전망의 방향성이다. 

    외국인 매수세를 다시 끌어들일 펀더멘털 동력은 상반기보다 약해졌다. 가파르게 이어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 상향이 최근 주춤한 데다, 7월 들어 일부 증권사에서는 오히려 실적 추정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반도체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시점과 이익 전망의 상향 탄력이 둔화된 시기가 맞물린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이익 모멘텀이 나타날지가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예정된 글로벌 반도체·AI 관련 이벤트에 쏠린다. 오라클 실적과 오는 15~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0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2일 새벽 실적을 발표한 미국 컴퓨터ㆍ서버 제조업체 델(DELL)은 AI 수요의 힘을 입증하며 정규장 종료 후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이 다시 확인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재차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호재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고 차익 실현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수급 회복 역시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리 향방 역시 외국인 수급의 향배를 가를 중대 변수다. 금리 상승 속도가 가빠질 경우 유동성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기업 이익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 속도가 완만하다면 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미국-이란 전쟁이다. 2일 오전 장금상선 소속 유조선을 포함해 2척이 이란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 유가는 다시 치솟았다.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 수도 1일(현지시간) 다시 5척으로 급감했다.

    유가 상승은 물가에 상승 압력을 주고, 물가 상승 우려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9월 미국 FOMC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66%로 전망되고 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현재 외국인들은 금리 상승과 이란 전쟁 격화 등 매크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주를 매도하고 있다"며 "반도체 수익 고점이 일러야 내년 하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 기대감이 충분하지만, 당장은 전쟁ㆍ이익 추정치 상향 중단 등 당면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