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달러' 앤트로픽 IPO 임박…한번 더 국내 AI 수급 흔들까
입력 2026.09.03 07:00

9월~10월 증권신고서 공개…이르면 이달 말 상장
공모 규모 스페이스X의 857억달러 넘어설 가능성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인 매도세에 수급 우려
인프라 투자 확대 시 D램 수요에는 긍정적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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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하면서 글로벌 증시 수급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모 규모가 스페이스X의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글로벌 기관의 청약 자금 마련과 AI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주도 단기적인 수급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조달자금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중장기적인 수요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오는 7일 미국 노동절 이후 IPO 증권신고서를 공개하고 이르면 9월 말이나 10월 초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상장 기업가치를 2조달러(약 2800조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앤트로픽의 공모 규모가 스페이스X의 857억달러(초과배정 옵션 행사 후)와 맞먹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공모가 135달러를 기준으로 750억달러를 조달했고,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1조7700억달러였다.

    초대형 IPO의 영향은 이미 미국 발행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과 주요 주주들이 앤트로픽 상장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앤트로픽과 직접적인 자금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상장을 앞당기거나 이후로 연기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에디 몰로이 모건스탠리 글로벌 주식자본시장 공동대표는 블룸버그에 "AI 인프라와 항공우주·방산 등 대형 테마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이들 테마와 무관한 중소형 발행사는 투자자 관심을 끌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글로벌 기관의 AI 포트폴리오 재편이 변수로 꼽힌다. 지금까지 상장주식을 통해 AI 성장에 투자하려는 자금은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인프라 기업에 집중됐는데, 앤트로픽이 상장하면 생성형 AI 모델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서다. 글로벌 성장주와 AI 펀드가 앤트로픽 비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반도체 보유 비중을 일부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두 종목의 외국인 수급 변화는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스페이스X 상장 당시에도 외국인은 상장 직전까지 코스피에서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국내 반도체주의 수급 기반은 이미 약해진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SK하이닉스를 6조3991억원, 삼성전자를 약 8200억원 순매도했다. 9월 첫 거래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92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앤트로픽 상장을 위한 자금 재배분이 겹칠 경우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앤트로픽의 자금조달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앤트로픽은 최근 엔스케일의 AI 연산능력을 임차하는 데 6년간 45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클라우드 기업 람다와도 35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가 투입될 예정이다.

    앤트로픽이 공모자금을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 확충에 사용하면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AI 투자자금이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모델 기업의 투자 확대가 국내 메모리 업체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앤트로픽의 IPO는 AI 사이클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증시 수급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